[10.4선언] 미국의 반응과 평가

미국은 남북 정상이 발표한 ’10.4 남북관계발전 평화번영선언’에 대해 즉각적인 논평은 자제하면서도 당초 기대엔 다소 미흡한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번 합의문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 노력키로 했다”고 한 문장으로 압축해 적시하고 있지만 남북 경협과 통일, 긴장완화, 평화 이슈의 무게에 비해 주요 포인트로 부각되지 못했다는 평가에서다.

지금까지 조지 부시 행정부의 기본 입장은 남북 정상회담이 북핵 프로세스에 장애물이 돼선 안되며 해결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지난 1992년 채택한 남북한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재확인하고, 북핵폐기에 관한 두 정상의 확고한 의지 표명을 통해 북핵 프로세스가 한층 탄력을 받게 돼야 한다는게 강력한 희망사항이었던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회담 결과는 “두 정상간 어떠한 합의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조지 부시 행정부의 기대에는 다소 못미쳤다는게 주조를 이루는 분위기다.

◇ 낙관-비관론 교차 = 백악관은 지난 2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간 정상회담에 대해 지지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는데 진전을 이루길 희망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남북 정상이 베이징 6자회담 합의를 바꾸는 대화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이 3일 연내 북한 핵시설 불능화를 골자로 한 북핵 6자회담 합의문 채택을 환영하는 공식 성명을 내고 한껏 의미를 부여한 것도 이런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출발한 것임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과거 ’광폭정치’를 보여온 북한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이 핵문제에 대한 전향적 선언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일부 있었지만 발표문이 공개되자 ’혹시나’에서 ’역시나’였다는 평가로 바뀌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평화체제와 경협 문제가 다뤄지긴 했지만 기존 6자회담에 역류를 불러일으킬 깜짝 놀랄만한 선언이나 내용은 없었다는 점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는 기류도 없지 않다.

비록 100% 만족하진 못해도 북한의 핵폐기 프로세스에 대한 6자회담 합의문이 이날 공식 채택됐고, 부시 행정부도 이를 대대적으로 환영한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향후 6자회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찮다.

◇ 평화번영선언에 대한 평가 = 미국이 주목하는 대목은 ▲종전선언을 위한 관련 3∼4개 당사국 정상회의 개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조성, 평화수역 설치 ▲전방위 남북 경협 추진 부분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하고 지지하지만 대규모 대북지원이나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가능하다는 것이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었음을 고려할 때 3-4개 당사국 정상회의 개최 등은 미국의 귀를 거슬리는 부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물론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노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김 위원장의 확고한 핵폐기 의지 표명이 없는 상황에서 당사국 회의를 거론한 것 자체가 자칫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게 미국의 우려다.

이미 미국은 평화협정 체결은 북미간 관계가 아니라 유엔의 소관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한반도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평화체제가 구축되기 어렵다는 기본 인식을 갖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시드니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과 회담 후 완전한 비핵화 없이 평화협정 체결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CNN 등 미 언론들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실질적 성과는 북핵 문제를 얼마나,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렸다고 거듭 보도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미국은 또 남북정상이 북측 해주지역과 주변지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시선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를 의제화하는 것 자체에 미국이 매우 부정적 반응을 보여왔던 터라 이런 기류는 쉽게 읽혀진다.

미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오전과 오후로 나눠 3시간52분간 두 차례 진행한 단독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협의를 했는지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대선에 미칠 영향과 한미관계 등을 감안해 이번 회담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표명은 가급적 자제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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