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선언] 남북관계 한단계 도약 전기 마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4일 서명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은 노 대통령이 그동안 천명했던 대로 실질적인 남북관계 발전의 방향과 내용을 담은 파격적인 합의로 평가된다.

지난 2000년 1차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6.15 공동선언’이 남북이 가야할 지향점을 설정한 추상적인 수준이었다면 이번 회담 합의문은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종전선언 문제 협의, 국방장관급회담 개최 등 상당히 구체적인 사안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일정 부분의 실무적인 협의만 더해진다면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합의한 8개 항은 모두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동안 냉전 중인 한반도를 둘러싼 민감하고 굵직한 이슈들이어서 실천만 뒤따른다면 한 단계 발전된 남북관계 형성의 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을 앞당기기로 한 부분이다. 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경제공동체 건설 합의는 경제협력 확대ㆍ발전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안정적인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데 남북이 기본 인식을 같이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특히 동해와 서해에서의 조선산업 협력, 개성-신의주 철도, 개성-평양 고속도로 공동이용과 개보수 협력 등에 합의한 것은 남측에는 새로운 투자기회를, 북측에는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차원의 경협 추진방향이라는 평가다.

또 개성공단의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를 해결하고 철도의 상시적 운행을 위한 군사보장에 합의함으로써 경협의 장애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 2.13 합의의 이행에 노력하기로 한 것은 애초 기대대로 6자회담과 남북관계 발전이 병행 발전하고 선 순환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발짝 더 나아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위해 관련국들이 한반도에서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부분은 두 정상의 강한 의지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관련국의 의지도 일정부분 담긴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노 대통령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고 평화체제 전환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이끌어 낸 연장선상에서 이 같은 합의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서해상 평화정착과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 마련을 위해 11월에 국방장관회담을 열기로 한 것도 남북관계를 안정적이고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합의의 특징은 모든 회담을 격상시켜 향후 남북간 합의수준을 높이려는 두 정상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차관급이 맡아왔던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를 부총리급이 단장인 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격상시키는 한편 장성급 회담과 별개로 국방장관급회담을 개최키로 해 그 위상을 강화시켰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분기별로 열리고 있는 장관급회담도 향후 총리급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합의가 구체성을 담고 있는데다 그 방향도 국민정서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거꾸로 돌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번 선언은 6.15 공동선언 이후 7년간의 남북관계 성과를 토대로 그간의 장애요인을 극복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 차원 높은 미래 비전을 포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신뢰구축과 평화 제도화의 틀을 제공했다는 것이 정부의 자평이다.

하지만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될 지 여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엄존한다.

당장 이번 합의가 햇볕정책을 계승한 참여정부의 대북시각에 따른 것이란 점에서 정권교체될 경우 과연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2000년 1차 정상회담 때는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상황이어서 후속조치 이행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노 대통령의 임기는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았다는 게 그 근거로 제시된다.

현재 정치구도상 합의와 이행은 별개라는 시각이다. 차기 대선의 유력한 후보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남북관계에 대한 시각이 현 정부의 그 것과 다르다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종전선언을 위한 다자 정상회담 추진 합의도 남북 정상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와 연관돼 있는 데다 미국이 북핵해결 전까지는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이나 협의에 응하지 않기로 한 만큼 당장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서해상에 `영토개념’의 북방한계선(NLL)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동어로수역 지정과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등은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수도 있는 부분이다.

어느정도 기대를 걸었던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도 이번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은 점은 그 가족은 물론 보수단체들에게 비판의 빌미를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남북정상이 현안 협의를 위해 `수시로’ 만나기로 합의문에 명시한 것은 성과로 꼽히지만 애초 정례화까지 추진했다는 점에서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남북관계가 국가간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례화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북측 입장을 받아들여 수시로 만나자는 용어로 합의했지만 이는 사실상 정상회담의 정례화에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거론된다.

합의 내용과는 별개로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육성이 공개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정부가 이번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따라 합의서 체결 비준에 관한 법적 절차를 추진하고, 중장기사업의 경우 이 법률 13조에 따른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에 반영해 국회에 보고한 후 추진키로 했지만 현 정국에서 국회처리가 원만하게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