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선언] 김정일 ‘대전환 결단’ 내렸나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의 합의가 이어지면서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실제로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3일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은 ’6.15공동선언의 고수와 구현’을 포함한 8개항의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합의했다.

6.15공동선언이 남북한이 지향할 방향성을 제시한 선언이라면 이번 ’10.4선언’은 남북한이 전면적인 협력과 교류를 통해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추진해야만 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을 담은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남북간 합의처럼 합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실천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을 한 차원 높인다는 것이 이번 선언에 담긴 정신이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특히 총리회담과 경제부총리가 참여하는 경제공동위원회, 남북 국방장관회담 등을 열기로 합의했고 정상회담도 “수시로”’ 열기로 의견을 모음으로써, 사실상 통일이 진행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남북관계가 남북연합 단계로 진입하는 여건이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합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동의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 선언은 2∼3개 조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남측이 준비해간 제안을 북한이 수용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3일 오전 첫 회담에서 개혁.개방과 협력을 위한 남측의 제안에 ’불신감’을 피력했으나 오후 회담에서 남측의 제안을 대폭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전환한 셈이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6자회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북한은 미국이 연내 테러지원국 해제를 명시하지 않으면 연내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목록 신고를 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결국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지는 않은 채 비핵화 조치에 합의했다.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북한의 달라진 모습에서 핵문제 해결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에 적극 참여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주도적 행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 이번에 10.4 선언을 낳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것 자체가 김 위원장이 남측의 개최 제의를 전격 수용하면서 가능했다.

여러 면에서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을 통해선 비핵화를 진전시키면서 북미관계를 정상화시켜 나가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선 남북관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한반도의 남북 공존구조를 공고히 하려는 노력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10.4선언의 제4항에서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은 6자회담을 통해 북미관계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공존관계를, 3자 혹은 4자 정상회담을 통해선 한반도를 포함해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북한의 생존과 경제 재건을 도모할 수 있는 2중,3중,4중의 안전보장체제를 만들어가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현재 이러한 구상에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여 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도 대북 강경정책 일변도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 체제로 바뀌면서, 북한의 경제재건에 필수적인 북일관계 역시 호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 위원장은 적대적 환경에 포위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고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국제정치 환경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다”며 “앞으로 북측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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