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선언] 공동 역사연구.언어통일 탄력받는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일 공동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 선언)은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사회문화 분야 항목에 역사와 언어 부문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산발적으로 진행돼온 남북 공동 역사연구와 언어 통일 작업이 상당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고구려.발해 유적지의 남북 공동 발굴 등 고고학 교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 중인 남북 공동발굴 및 유적지 보존 사업으로는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문화재청,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가 진행하는 ‘고구려고분 벽화 보존사업’과 ‘개성 만월대 발굴’ 등이 대표적이다.

고구려 벽화 보존 사업의 경우 남측의 전문인력 10여 명과 북측 연구자가 함께 평양 진파리 1호분과 4호분 벽화의 보존작업을 마쳤으며 고려 왕궁터인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은 올해 5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역사학자협의회 등은 개성 만월대 발굴 성과를 종합해 개성역사지구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계획이다.

또 남북 학자들 간 논의 중인 북한 내 고구려 유적과 발해 유적 등의 공동 발굴 조사도 10.4 선언을 계기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구려.발해 유적 공동발굴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남북 공동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조환복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은 “북한이 동북공정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이번 선언을 계기로 북한 내 고구려.발해 유적의 공동조사가 활발히 진행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름의 대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문제에 대해서는 북한과의 협력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 사무총장은 “북한 학자들은 ‘중국은 남한이 맡아라. 일본은 우리가 맡겠다’고 할 정도로 일본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보여왔다”며 북한의 가세가 일본의 주장을 논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근현대사 부분에서는 3.1운동 이전의 역사가 집중적인 공동 연구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서중석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남측 위원장은 “3.1운동 이후의 역사는 남북 간 시각차가 너무 크다”며 “일단 논란의 소지가 적은 3.1운동 이전의 역사를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 위원장은 “특히 식민지 청산이나 을사늑약 체결 등에 대해서는 남북의 시각차가 거의 없다”며 “2000년 이후 매년 1차례 이상 남북학자들이 학술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식민지 시기 연구는 민간차원의 기반이 탄탄한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식민지 시기 연구를 바탕으로 형성된 공감대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공동 연구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언어 분야에서는 전문용어 및 외래어의 공동 사용 규정 마련 등이 구체적인 목표로 꼽힌다.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은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있어서는 남북 간 언어 차이가 크지 않지만 전문용어나 외래어의 용법에는 큰 차이를 보인다”며 “남북 간 통일된 사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적했다.

이 원장은 또 “그동안 북한은 남한의 표준어를 가리켜 ‘외래어의 때가 묻은 언어’라고 비판하고 남한은 북한의 문화어를 ‘주체성의 사생아’라고 반박했다”며 “남북 정상이 언어 통일에 기본적으로 합의한 이상 감정적 대립은 그만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한의 표준어와 북한의 문화어를 아우를 수 있는 언어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한 언어 통일과 한국어의 세계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예술 부문에서도 구체적으로 합의된 신규 사업은 없지만 그동안 지속돼온 민간중심의 교류와 협력사업이 계속 확대돼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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