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선언] 美, 종전선언 정상회담보다 北비핵화에 주력

미국 정부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3~4개 관련당사국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키로 합의한 데 대해 당분간은 `선(先) 북한 비핵화 후(後) 종전선언 정상회담’이라는 종전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 정부는 4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같이 합의한 데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요구해온 한반도 정전체제를 대체할 한반도 평화협정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한결같이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작년 11월 하노이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달 시드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나의 목적은 한국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평화협정에 감정일 위원장 등과 함께 서명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종전선언 더 나아가 평화협정 체결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은 어디까지나 먼저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검증가능하게 폐기해야 한다는 선(先)비핵화를 전제로 밝힌 것이라는 게 미국 정부측의 설명이었다.

이번에 남북 정상이 합의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3~4개 관련당사국 정상회담 추진이 미국 정부에게 전혀 생소한 얘기는 아닐 것이다.

지난 번 시드니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이 같은 아이디어를 귀띔했거나 이후 한미 양국간 실무라인간 의견조율 과정에 부시 대통령 및 미국 정부에게 전달됐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공식 통보가 안됐다면 또다른 문제가 될 수 있긴 하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청와대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선언’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측은 어느 정도 이 같은 구상을 짐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 현(現) 정전체제를 끝내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자칫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북핵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의 진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최근까지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정책을 보좌했던 빅터 차 전(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은 3일 언론기고문에서 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선언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기 전 평화선언을 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3일 공식발표된 북핵 6자회담 공동문건에서 북한은 올 연말까지 핵시설 불능화 및 모든 핵프로그램의 신고에 합의, 북한 비핵화를 위한 추가적인 이정표를 마련했고 부시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성명까지 발표하며 이를 환영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논의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아직 북한의 비핵화 성공여부를 보장할 수 없는 시작 단계라는 점에서 미국이 한반도 종전선언 관계당사국 정상회담과 같은 제안에 긍정적으로 호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정부로선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요구 목소리가 더 적극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문에선 북한의 비핵화를 직접 촉구하는 내용은 빠진 채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고만 언급됐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만약 노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의 가시적 진전을 위해 북한을 압박할 경우 이번 회담은 6자회담의 유용한 부가물이 될 것이지만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다자노력을 훼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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