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북한, 중대제안 근거 ‘6·4합의’도 위반

▶전날 북한 주민들이 청취한 대북 라디오 방송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유조선방송/1월 20일>

집중분석-北의 비방 중지 제안의 근거 6·4합의

진행: 화제가 되는 뉴스를 살펴보는 ‘집중분석’ 시간입니다. 김정은이 중대제안에서 ‘서로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모든 행위부터 전면 중지하자’고 촉구했습니다. 그 근거로 제시한 게 ‘북남 사이에 호상 비방과 모든 형태의 심리전을 중지하기로 한 6·4합의’인데요. 과연 북한 당국이 이 합의를 잘 지켰는지 김민수 기자와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진행: 먼저 6·4합의라는 게 무엇인지부터 살펴볼까요?

김: 네. ‘6·4 합의’는 지난 2004년 남북이 우발적 충돌 방지 등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마련한 합의서입니다. 정식명칭은 ‘서해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로 4개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핵심 조항은 2조와 3조인데요, 2조는 그해 6월 15일부터 ▲함정들이 서로 대치하지 않도록 철저히 통제 ▲상대 측 함정과 민간 선박에 대해 부당한 물리적 행위 금지 ▲불법조업 선박의 동향 관련 정보 교환 ▲쌍방 통신 연락소 설치 등 서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6개 조치를 시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3조에서는 ▲6·15부터 모든 선전활동 중지 ▲8·15까지 모든 선전수단을 3단계로 나누어 제거 ▲선전수단 재설치 및 선전활동 재개 금지 등을 담고 있습니다.

진행: 이 합의가 나온 배경이 뭡니까?

김: 네. 남북한의 입장이 다른데요. 우선 북한의 경우에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유화적인 국면이 조성되자, 눈에 든 가시였던 한국 정부의 대북방송을 중단시키려고 했습니다. 사실 북한이 진행하던 대남 심리전 방송은 한국 국민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당시 KBS 사회교육방송이나 분계선에서 확성기를 통해 진행하던 인민군 대상, 대북방송은 북한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북한 당국은 유화적인 국면을 이용해 영향력이 큰 한국의 대북방송을 중단시키기 위해 집요하게 매달렸습니다.

진행: 당시 북한이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선전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김: 네. 북측은 2003년 7월 제 11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상호비방 방송 중단’을 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대남 심리전 방송인 구국의 소리방송을 중단할 것이니 남측도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북측은 그해 8월에 실제로 구국의 소리 방송을 중단했고, 8월 15일부터 정규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을 내보내면서 남측을 압박했습니다. 어차피 대남방송의 효과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없애버리고 이를 명분 삼아서 한국 내부를 분열시키기 위한 심리전을 강화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은 상호비방 중지를 위해 행동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을 유포하면서 한국 내부를 분열시키고 정부를 압박해 나갔습니다.

진행: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김: 한국 정부가 수용했습니다. 앞서 ‘6·4합의문’ 정식 명칭에서도 알 수 있지만,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그런데 선전활동 중지와 선전수단 제거가 북한 당국의 목적이라면 ‘서해 상 우발충돌 방지안’은 한국 측 제안이었습니다. 즉 한국은 서해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조건으로 북한의 요구 사항을 수용한 것입니다. 이것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이었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말을 통해서도 확인되는 데요. 2010년 5월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종석 전 장관은 ‘북측이 군사분계선 지역 선전수단 제거를 집요하게 요구해 (서해) 우발충돌방지 합의 성사를 위해 북측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 1999년과 2002년에 북측의 도발로 서해에서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우발적인 충돌이라고 할 수도 없고, 또 충돌이 발생한 이유도 북한 당국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북측의 주장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 것 아닌가요?

김: 당시에도 그런 지적이 나왔습니다. 사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KBS 사회교육방송은 북한 당국을 자극할만한 내용을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정보기관과 군에서 운영하는 심리전 방송도 유화적으로 변해서 이에 반발해서 원래 일하던 사람들이 나가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런 분위기를 노리고 노무현 정부를 압박해서 자신들이 원하던 대북방송 중단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물론 한국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정보기관과 군에서 심리전  방송을 했지만 이미 그 성격이 약화된 상태였고, KBS 사회방송의 경우에는 심리전 방송 성격보다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제공하고,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전파하는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런 수단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에 대한 영향력을 감소시켰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진행: 그렇다면 ‘6·4 합의’이후 남북한의 이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 예상하시겠지만, 한국은 이행하고 북한 당국은 위반했습니다. 한국은 남북 간 합의에 따라 분계선 지역에서 선전수단을 철거하고 당국 차원의 대북 선전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민간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할 때도 이 합의를 근거로 자제를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후 서해에서 계속 긴장을 유발했고, 평양방송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비방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한국은 인터넷을 통해 여론 조성이 쉽다는 점에 착안해 이 무렵부터 이른바 ‘사이버 심리전’을 본격화했습니다.

진행: 특히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6·4합의’는 사실상 깨졌다고 봐야겠지요?

김: 그렇습니다. 천안함에 대한 북측의 어뢰 공격은 ‘상대 측 함정에 대해 부당한 물리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6·4 합의서 제 2조 2항을 결정적으로 위반한 것입니다. 한국 군 당국은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대응조치로 2004년 6.4합의 이후 중단했던 대북심리전을 다시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2010년 5월 24일부터 FM 라디오 대북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확성기 방송은 재개하지 않았습니다.

진행: 네. 김정은 정권이 중대제안에서 밝힌 남북 간 ‘6·4합의’는 이미 북측의 위반으로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 입에 담지 못할 말로 한국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을 비방·중상했는데요. 그런 사람들이 제안하는 ‘호상 비방 중지’를 믿기 어렵습니다. 김민수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