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당선인 회견 초점] 北, 어떤 반응 보일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년사격인 공동사설이 지난 1일 남측에 남북정상선언인 ‘10.4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한 데 대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측에 “6자회담에서 합의된 것을 성실히 행동으로 지켜”나갈 것을 주문함으로써 서로 시선이 엇갈렸다.

이 당선인은 모두 발언에 이어진 문답에서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에 관해 언급했지만, 남북정상합의에 관해 능동적으로 거론한 게 아니라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이며, “사업의 타당성, 재정 부담성, 국민적 합의의 관점에서”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조건부 답변을 했다.

이 당선인의 이러한 입장은 그동안 여러차례 피력해온 것으로, 신년회견 내용을 주시했을 북한 당국에 새로운 판단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 당선인에 대한 북한의 ‘예의주시’ 태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당선인이 한미 동맹관계 강화의 기조위에서 “한미관계가 돈독해지는 게 오히려 남북관계를 더 좋게 만들 것이고…한미관계가 좋아지면 북미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논리를 전개한 것은 새로운 것이어서 북한이 어떻게 이해할지 주목된다.

인수위원회의 박형준 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체제보장을 위해 주변국들이 쿠션(완충)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런 일을 한국 정부가 해줄 뜻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이 지난 2006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제기한 북한체제의 ‘연착륙론’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의 한 관계자도 “먼저 한미관계에서 신뢰가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미국과 북한 관계도 풀어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북미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는 북한의 입장도 고려된 것이므로 북한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같은 설명을 했다.

그러나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미 3자관계가 서로 협력적이라면 이 당선인의 시각이 맞지만, 현재는 북미 사이에 충분히 상호협력적인 행동양식이 확립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북핵문제 해결의 당사자들인 북미 가운데 한쪽인 한미관계를 강화한다는 것은 북한에 자극을 줄 수 있고 남북관계 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반론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경색될 경우, 북미관계가 협력이든 대결이든 남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이뤄지면 우리는 미국이 북한을 적극 포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을 바라며 의지하는 군색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정상선언(10.4선언)에 대한 이 당선인의 입장과 관련, 인수위 자문위원인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 소장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새 정부가 2-3일만에 이뤄진 합의사항에 대해 타당성과 재정문제 등을 충분히 검토해 실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소장은 또 “남북정상합의 자체가 북한의 대남, 대미관계 개선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행이 불가능한 점이 많은 만큼, 남북경협 확대를 희망하고 있는 북한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조성렬 신안보연구실장도 “이 당선인의 ‘10.4선언’에 대한 입장은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상호주의에 맞춰 이행하겠다는 것”이라며 “큰 틀에서는 참여정부에서의 남북간 합의를 무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면서 자기 컬러를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도 이런 입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나 “당분간 이 당선인의 대북정책 기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추이를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