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선의 일기⑤]“어린 거지”

▲ 양식을 대신할 풀을 뜯는 희선

그 무렵 역전 앞 장마당(시장) 길거리 여기 저기에는 낮부터 방황하는 `거지 아이들이 늘어났습니다. 나하고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구걸을 하고 다녔습니다.그런 모습을 보는 건 참 슬픈 일이었습니다.

애들은 학교에 가야만 되는데, 먹을 것도 없는 판에 학교에 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집 안에만 우두커니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대로 가만히 굶고만 있으면 곧 죽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낮부터 밖에 나와 먹을 것을 찾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밖에 나가 먹을 것을 구걸하기도 하고 시장에 떨어져 있는 것을 주워먹기도 하고, 팔고 있는 물건을 훔쳐 먹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 중엔 정말로 집이 없는 고아들도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집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먹을 것이 없다 보니까 어른들은 먹을 것을 구하러 먼 곳까지 떠나버려 아이들만 집에 남은 것입니다.먹을 것을 구하러 나간 어른들 중에는 먹을 것을 구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지만, 무슨 봉변을 당해 영영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점차 보살펴줄 이 없는 고아들이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집에 남은 애들은 굶어 죽지 않으려고 구걸도 하고 주워서 먹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날이 갈수록 작은 거지들이 늘어났습니다.

어느 날 친구들과 같이 시장 근처를 걸어가고 있는데 숙모님의 얼굴이 눈에 띄었습니다. 숙모님은 언제나 “장사를 하고 온다”고 말하면서 나가곤 했습니다. 그러고는 며칠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물건을 갖고 나가서 그것을 시장에서 팔아 그 돈으로 먹을 것을 사 오시곤 했습니다.

숙모님을 발견하자 반가운 마음에 “숙모님이 돌아오셨구나” 하면서 다가가려고 했는데, 숙모님은 양손에 떡을 하나씩 쥐고 두 볼 가득히 쩝쩝 소리를 내며 떡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나니 숙모님이 마치 짐승같이 보였습니다.
보아서는 안될 것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숙모님을 소리 내어 부르지도 못하고 나는 그 장소를 슬그머니 떠나고 말았습니다.

The Daily NK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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