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기고]보수·진보-좌파·우파란 무엇인가?

우리사회에서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동정하는 사람들을 진보주의자로 인정하며 현실에 불만을 가지고 반(反)자본주의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을 좌파로 인정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고수하려는 사람들을 보수주의자, 또는 우파로 인정하고 있다.


이것은 공산주의자들의 계급주의적 견해이다.


공산주의자들은 무산계급(노동계급)은 다같이 잘 살 것을 염원하는 계급, 즉 이기주의가 없는 진보적 계급이지만 유산계급(자본가 계급)은 혼자만 잘 살려는 이기주의적 계급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유산계급과 자본주의 사회를 타도하고 사회주의 사회로 이행하는 것이 진보의 길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에로의 이행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라는 것이 이론적으로 뿐 아니라 역사적 실천을 통하여 확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를 반대하고 사회주의를 동정하는 좌파를 계속 진보주의로 인정하는 것은 전형적인 시대착오적 과오라고 볼 수 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진보와 보수에 관한 문제는 계급주의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인간의 근본 존재 형태인 개인적 존재와 집단적 존재의 상호관계의 견지에서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개인적 존재인 동시에 집단적 존재인 만큼 모든 사람들이 다 개인주의적 본성과 집단주의적 본성의 양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어느 한 계급의 본성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사회가 본질상 집단주의적 사회이고 자본주의 사회가 개인주의적 사회라는 것은 사실이며 또 무산계급이 집단주의를 지지하고 자본가 계급이 개인주의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것은 일정한 생활조건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관계의 반영이지 변함없는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사람들은 개인별로 경쟁을 하여 승리자로서 우대를 받고 싶어 하지만 경쟁력이 약한 사람들은 경쟁을 그만두고 집단적으로 협력하여 다 같이 차별 없이 살아가는데 이해관계를 가진다.


무산계급은 생존경쟁에서 패배한 경쟁력이 약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경쟁을 반대하고 집단적으로 협력하여 차별 없이 사는데 이해관계를 가진다.


경쟁력이 강한 사람은 혼자서라도 빨리 앞으로 전진 하려고 하지만 경쟁력이 약한 사람은 다 같이 천천히 나갈 것을 바란다.


이 점에서 보면 경쟁력이 강한 개인주의자들이 앞으로 빨리 나가려는 경향이 강하고 경쟁력이 약한 집단주의자들이 빨리 나가는 것을 반대하는 보수주의 경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시기 집단주의에 기초한 사회주의 체제하에서는 개인들의 다양한 창발성을 발양시킬 수 있도록 경쟁을 조직하는 것을 반대하고 사회적 집단의 통일과 협조를 일면적으로 강조함으로서 다 같이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못 사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게 되었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억제하다보니 봉건독재로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집단주의와 좌경의 부당성이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확증된 오늘날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반대하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진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퇴보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개인주의는 다 좋고 집단주의는 다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는 인간의 본성의 두 측면으로서 다 같이 자기의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다 같이 인간의 본성의 한 면만을 대표하고 있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는 사회발전수준과  객관적 조건의 차이에 따라 그 우월성이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전쟁 시기에는 집단주의적 통일이 보다 더 중요하지만 평화적 건설 시기에는 개인들의 다양한 창발성을 발양시키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개인주의의 장점과 집단주의의 장점을 보다 더 잘 결합시킬수록 사회발전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는 인간의 본성의 두 측면으로서 완전히 분리 될 수는 없는 만큼 절대적인 집단주의와 절대적인 개인주의는 성립될 수 없다.


개인주의가 위주로 되고 있는가, 집단주의가 위주로 되고 있는가 하는데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는 개인중심의 민주주의이다.


그것은 앞으로 개인주의의 장점과 집단주의의 장점을 보다 더 잘 결합시키는 방향에서 개선되고 발전되지 않으면 안 된다.


개인주의의 장점과 집단주의의 장점을 결합시킨다는 것은 개인주의도 아니고 집단주의도 아닌 중간 입장, 중도노선에 의거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난 시기 일부 사람들은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서로 화해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하면서 김정일 독재집단과의 화해와 협조와 북에 대한 원조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민주주의와 독재의 대립,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의 한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국민의 민주주의적 사상의식을 마비시키는 엄중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민주주의적 애국적 국민들의 어려운 투쟁을 통하여 건전한 민주주의 정권을 수립하는데 성공하였으나 10년간에 그릇된 화해와 협조 정책으로 뿌리내린 좌파세력을 극복하기도전에 다시 화해와 협조의 간판을 내걸고 좌익과 우익을 화해시키고 통일시키려는 중도노선이 대두하게 되어 모처럼 되찾은 민주정권이 뜻하지 않는 위기를 겪게 되었다.


개인적 관계에서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모든 과거를 잊어버리고 화해할 수 있어도 국민의 근본이익과 관련된 정책적 대립에서는 화해란 생각할 수 없다.


국민 공동의 민주주의적 이해관계의 정책적 대립을 화해와 협력의 정책으로 바꾸는 것은 국민 공동의 이익을 저버리는 옳지 못한 행위로 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는 비결은 중도노선을 정의의 민주주의 노선으로 바로 잡는데 있다.


정의의 민주주의 노선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며 좌경도 우경도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공동의 이익, 사회발전의 요구에 맞는 노선이며 민족공동의 이익과 세계인민의 공동의 이익에 맞는 공명정대한 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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