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상봉] 57년만에 만난 父女

“아버지, 코흘리개 딸이 시집을 가서 손자까지 봤습니다. 이 사람이 우리 영감인데.. 아버지에게 사위를 영감이라고 소개하다니 이런 비극이 어딨습니까”

15일 오후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에서 열린 제7차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에서 57년만에 아버지 정영현(94)씨를 만난 북의 딸 영희(59)씨는 반가움과 서글픔이 엇갈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부인과 두 딸, 아들에게 ‘곧 데리러 오마’고 남으로 내려간 아버지는 백수를 바라보는 노인이 돼 초로의 자식 앞에 섰다.

정옹이 “내가 제일 미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부인은 먼저 세상을 떴고 큰 딸과 아들도 건강이 좋지 않아 나오지 못했다.

영희씨는 이날 처음 상봉한 남에서 태어난 배다른 동생 길순(44.여)씨에게 “아버지를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인사 올립니다”며 사의를 표했고 길순씨도 눈물을 훔치며 인사를 받았다.

영희씨는 “유치원이나 학교에 입학할 때 함께 가거나 학교에서 상장을 받아가면 보여드릴 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사실이 사무치게 슬펐다”며 눈시울을 적셨고 아버지 정옹은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며 눈물을 흘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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