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상봉]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구나”

“만나기 전에는 고생하며 살지 않았을까 정말 걱정했는데..이렇게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구나”

제6차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이 열린 13일 인천상봉장에서 권숙범(92.경기 부천시)씨는 처음 보는 여조카 혜영(43), 혜숙(40)씨를 보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숙범씨의 동생인 숙조(74.여)씨 역시 “어머니가 오빠 의용군 가는 것을 못 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우린 모두 오빠가 죽은 줄만 알았는데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니..”라며 반신반의한 표정이었다.

6남3녀 중의 맏이였던 숙범씨는 쌍둥이 동생 숙조씨(7녀), 숙준(8남)씨와 함께 6남이었던 숙봉씨(86년 사망)의 두 딸을 이날 처음 봤다.

혜영, 혜숙씨는 큰아버지, 고모에게 큰절을 올린 뒤 “아버지는 뇌출혈로 돌아가셨다”며 “아버지는 늘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남쪽에 있는 부모, 형제들이 고생하며 살고 있진 않을까 걱정하셨다”고 전하며 눈물을 훔쳤다.

믿기지 않는 첫 만남이었지만 양쪽 가족들은 금세 서로의 존재에서 혈육들끼리만 느낄 수 있는 친밀감을 확인한 듯 그동안 서로의 삶에 대해, 가족들의 근황에 대해 서로 묻고 답했다.

조카들은 “큰아버지는 우리 아버지가 어떻게 살았는지 걱정했을 텐데 아버지는 50년대 의용군으로 전쟁을 치른 뒤 57년에 제대해서 추천받아 4년간 대학교육을 받고 교원, 기업소 사장, 학교 부교장까지 했다”며 “아버지가 사람이 참 좋고 일도 잘해 우리 가정이 주위에서 신망이 높았다”고 큰아버지를 안심시켰다.

조카들의 얘기에 숙범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폐암으로 투병 중이면서도 이번 화상상봉에 참가한 숙준씨는 “아픈데도 너희들 보고싶어서 왔는데 이렇게 보니 정말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고 말해 조카들을 눈물짓게 했다.

함께 참가한 숙범씨의 아들 혁균(61)씨가 “28일날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는데 알고 있느냐. 통일이 얼른 돼서 하루빨리 직접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혜영,혜숙씨 역시 “안그래도 여기 올라올때 그 얘기를 듣고 왔는데 너무 좋아서..이번에 극적인 일이 꼭 일어나서 우리가 곧 만나게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답했다.

양쪽 가족은 1시간여동안 이야기꽃을 피운 뒤 통일이 돼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약하며 눈물로 작별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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