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상봉]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14일 6.25전쟁 중 의용군으로 끌려갔던 동생을 57년 만에 강원 춘천시 적십자사 상봉장에서 화면을 통해 만난 조영환(82) 씨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을 보자 목이 메였다.

당시 강릉사범학교 학생이었던 조 씨의 동생 연환(72) 씨는 1950년 6.25 전쟁 직후 북한 의용군에 차출돼 가족과 생이별을 했다.

조 씨는 의용군으로 끌려간 동생이 전쟁이 끝날 무렵이면 반드시 강릉시 사천면 고향 땅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유일한 남동생인 연환 씨는 끝내 군사분계선을 넘지 못한 채 지금까지 반세기가 지나도록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해 여름 북측의 연환 씨가 형님을 찾고 있다는 연락이 닿았고, 그 이후로도 꼬박 1년을 기다린 끝에 팔순과 칠순이 된 형제는 이날 상봉했다.

또 팔순의 아버지를 모시고 삼촌을 만나기 위해 상봉장을 찾은 조 씨의 두 아들 귀벽(63), 귀남(57) 씨는 북학의 삼촌에게 향해 큰 절을 올렸다.

조카들에게 큰 절을 받은 연환 씨는 큰 조카인 귀벽 씨가 5살 때 논밭에서 낟알을 쪼아먹는 새들을 향해 돌팔매 했던 추억을 답례로 꺼내들자 상봉장은 한바탕 웃음바다로 변했다.

이날 반세기 동안 헤어져 있던 이들 형제와 가족들은 미리 준비한 사진을 화면으로 보여주며 각자 지나온 발자취를 회상했다.

“형님, 건강히 오래 사시라요. 조카들아, 아버지를 잘 부탁한다”
반세기 동안의 살아온 이야기를 1시간 30여분 만에 토해낸 이들 두 형제는 아직 못다한 이야기와 혈육의 정을 차일로 기약한 채 57년 만의 화상상봉을 마무리했다.

이날 적십자사 강원지사 화상상봉장에는 6.25전쟁으로 헤어진 형제를 찾는 3가족이 반세기 만에 화면으로 나마 얼굴을 맞댄 채 짧지만 진한 혈육의 정으로 나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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