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이 칼럼]이명박 ‘비핵개방 3000’ 빅딜은 성공할 것인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해 대선출마 선언 이후 당내 경선과 본선을 거치면서 새 정부 대북정책의 윤곽을 밝혀왔다.

시차 순으로 보면, 금년 2월 ‘한국 외교안보의 창조적 재건을 위한 7대 과제와 원칙’이라는 일명 MB독트린 발표를 시작으로 6월엔 ‘비핵개방 3000 구상’, 9월 ‘신한반도 구상’을 내놓았다. 그리고 11월 재향군인회 연설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등 대북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당선 다음날 기자회견에서는 원칙적인 수준에서 그간 다루어졌던 자신의 대북정책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당선자의 대북정책에 대한 분석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햇볕정책에 대한 이 당선자의 인식과 평가, 대북정책의 목표와 추진전략, 정책수단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햇볕정책에 대한 인식과 평가

햇볕정책에 대한 이 당선자의 인식과 평가는 부정적이다. 그 이유는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 못하고 속수무책 했다는 점, ▶대북정책이 원칙 없이 유화적으로 흘렀다는 점 ▶햇볕정책의 시행과정에서 남남갈등이 증폭되었다는 점 ▶민족공조를 강조한 나머지 한미동맹의 이완을 초래했다는 점 ▶잘못된 대북정책으로 인해 국민의 세금이 아무런 성과 없이 낭비되었다는 점 ▶햇볕정책이 북한의 인권을 외면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정책에 대한 평가측면에서만 보면 현재까지 이 당선자의 햇볕정책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각론적인 차원의 평가수준이다. 더구나 탈냉전 이후 북한 핵을 둘러싸고 전개된 남북관계라는 것이 남한과 북한의 문제뿐 아니라 국제문제이자 국내정치 주요 현안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햇볕정책에 대한 이 당선자의 이러한 인식은 정책에 대한 면밀한 평가라기보다는 아직까지 논쟁의 소지가 있는 투박한 ‘정치적 평가’의 범주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명박 호의 대북정책 목표와 추진전략, 정책수단

‘비핵개방 3000’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명박 호의 대북정책 목표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북한 핵의 완전폐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북한체제의 개혁개방이다.

북핵 완전폐기가 당면 현안으로 설정된 우선적 목표라면, 북한체제의 개혁개방이라는 목표는 보다 근본적인 것이다. 특히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겠다는 이 당선자의 정책목표는 그간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햇볕정책의 목표를 잇는 것으로 일부 우파진영이 주장하는 북한체제의 붕괴를 목표로 한 대북정책과 다르다. 이는 이 당선자의 대북정책이 세계적 탈냉전 이후 지속되었던 우리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의 범주 안에 있음을 의미한다.

정책목표와 관련, 햇볕정책과의 차이는 개혁개방을 ‘유인’할 것인가, 아니면 ‘유도’할 것인가에 있다. 햇볕정책이 북한 스스로 개혁개방을 할 수 있도록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유인’하는 것에 방점을 두었다면, 이 당선자의 대북정책은 당근과 채찍으로 북한체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겠다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는 어떻게 북한체제를 개혁개방으로 이끌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 즉 추진전략과 정책수단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화해협력정책-평화번영정책)은 북한체제의 개혁과 개방을 유인하기 위해 대북 경제지원과 교류협력을 우선적인 정책수단으로 활용, 북한체제의 시장화를 계획했다. 분단관리에 초점을 맞춘 과거의 운영원칙들인 ‘선정부 후민간교류 원칙’ ‘정경연계 원칙’ ‘엄격한 상호주의 원칙’을 대신해 ‘선이후난(先易後難)’ ‘선경후정(先經後政)’ ‘선민후관(先民後官)’ ‘선공후득(先供後得)’ 등과 같은 화해협력을 우선하는 원칙들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러한 유인전략은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국제공조원칙과 당사자주의를 병행시키되, 당사자주의를 중심으로 한반도 냉전을 해체한다는 원칙 아래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을 분리 · 병행하는 입장을 취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반면 이명박 당선자는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연계하는 전략을 강조한다. 이는 ‘북핵선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서는 대결단을 한다면 10년 내 북한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개혁개방에 나서지 않는다면 남북관계의 정상화도 어렵고 대규모 경협을 통한 지원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비핵화와 개방을 먼저 받고, 대규모 경제적 지원을 주겠다는 덩치 큰 상호주의 전략인데, 이 점이 햇볕정책의 방법론과 가장 큰 차이점라고 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이 당선자의 대북한 ‘빅딜’ 제안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당선자는 이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어떤 수단을 가지고 있을까. 이 당선자는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쉬운 것은 아니지만 “강력한 설득”과 “신뢰 있는 설득”을 통해 김정일 정권의 대결단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당선 기자회견에서 피력한 바 있다.

필자의 예단으로 이 당선자의 “설득”을 해설하면 이렇다. 이 당선자가 언급한 “강력한 설득”이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 강화 측면에서 한미간 새로운 전략적 마스터플랜을 짜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 점에서 “강력한”이란 수식어는 ‘압박’의 다른 말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물론 “신뢰 있는 설득”이란 북한경제의 중장기적 비전, 즉 10년 후 1인당 소득 3000달러라는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는 것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는 ‘설득’ 모드라고 할 수 있겠다.

‘비핵개방 3000 구상’의 한계와 과제

이렇게만 보면 이 당선자의 빅딜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목표로 한 대북 포용정책이라는 범주에서 의미있는 시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변수에 너무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정책으로서의 완성도는 낮아 보인다.

가장 큰 변수는 북한이 핵폐기를 지연하거나, 고수하는 상황이다. 이 기간 동안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다. 뿐만 아니라 핵문제 외에 미사일 수출, 마약, 위폐, 인권 등 다른 문제로 북-미관계가 악화될 경우 남북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핵무기 외 NLL 등 안보문제가 분쟁화 될 때, 대북 경제협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이나 대책도 빠져있다.

이 외에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10.4 남북합의 내용 등 수많은 현안과제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처리과정에서 남남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이 당선자의 ‘비핵개방 3000 구상’과 어떻게 매치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마련 등 복잡한 과제들이 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면 이명박 호의 대북정책은 아직 설계단계다. 이명박 호의 대북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론 민주화의 진행과 국제적으론 냉전종식으로 본격화된 한반도 냉전구조의 변화, 북핵문제의 대두로 인한 한반도의 신냉전구조의 탄생,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에 따른 통일정책의 국내정치화 현상 등에 대한 통시적인 인식이 전제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수립되고 추진되었던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에서부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이르기까지 정책 목표와 원칙, 추진전략과 수단 등에 대해서도 반드시 평가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념과 정치가 아닌 국익에 기초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그간의 대북정책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열린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다면, 이후 수립될 새정부의 대북정책은 보다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