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평택 대추리는 지금 ‘반미 점령군’ 해방구

▲ 대추리는 ‘미군기지확장반대’ 깃발과 ‘AMERCAN PARK’ 안내표지판이 대조를 이룬다.

미군기지 확장 반대시위가 절정인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미군기지 확장반대’ ‘강제추방반대’ 등의 전투적 구호가 적힌 노란 깃발이 펄럭였다. 길가에는 미군 아파트 안내표지판 ‘AMERCAN PARK’가 뿌리채 뽑혀 깃발과 대조를 이뤘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자리잡고 있는 대추초등학교 운동장은 전투를 벌이고 있는 군 야영지 냄새가 물신 풍겼다. 전국 곳곳에서 반대투쟁을 위해 몰려온 투쟁단의 숙소로 이용된 터라 전시지원이 이루어지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천막이 운동장을 가득 채웠고 그 위로 깃발이 펄럭였다.

경찰 진입에 대비해 대추초등학교 정문은 이미 쇠사슬로 굳게 닫혀 있었다. 그 주변에는 돌과 트랙터로 이중삼중의 방어막을 쳤다. 아이들의 재잘 거리는 웃음은 온데간데 없고 ‘미제타도’ 구호만 울려퍼진다. 대추리 투쟁이 마을 사람들의 권익을 위한 것인지, 반미투쟁의 격전장으로 활용되는 것인지 구분도 쉽지 않다.

담과 골목에는 ‘미국반대’를 상징하는 구호와 그림이 가득했다. 마을 입구와 다르게 안쪽은 곳곳이 빈집이어서 적막하기까지 했다. 지나가는 마을사람에게 물어보니 이미 반 이상의 주민들이 마을을 떠났다고 했다.

이미 이주한 집에도 노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노란 깃발은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의사표시라고 하는데, 빈 집에도 노란 깃발이 펄럭이는 것이 당혹스러웠다.

그들만의 세상, 대추리는 ‘반미 해방구’

마을 안쪽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니 ‘인권사랑방’이라는 문패가 달린 집이 눈에 띄었다. ‘민변 사무실’도 눈에 띈다. ‘한서大 HOUSE’라는 명패도 선명하게 보인다. 모두들 빈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전이 확정된 집에는 하나같이 투쟁단의 명패가 걸려있다.

타지에서 이주해 온 투쟁단은 하나같이 이곳에 농사를 짓기 위해 들어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을 어느 곳을 가봐도 농사를 준비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농기계들도 모두 투쟁 도구로 징발된 상태.

취재 기자에게 “추운데 들어와서 따뜻한 차 한잔하고 몸 좀 녹이고 가라”고 하는 마을 아주머니의 위로가 그나마 마음 한구석을 녹여주었다. 그러나 마을을 둘러보는 곳곳마다 기자를 향해 경계심을 보이며 “어디에서 오셨나요?”라고 묻는 말에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일단 두들겨 패고 물어봐라.”

대추리 곳곳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기자에게 어느 할아버지가 엄하게 추궁한다.

미군기지확장 반대 범대위 상임대표 문정현 신부였다. 일순간 긴장이 몰려왔지만, 이전에 일면식이 있는 인연으로 반갑게 인사하고 현장을 떴다.

기자에게 비친 투쟁단은 이미 대추리의 점령군이었다. 미군이 허가 없이 남의 나라에서 점령군의 행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들 또한 이곳을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대추리는 이미 생존권 투쟁의 현장이 아닌 ‘반미 해방구’가 돼 있었다. 마을입구에 들어섰을 때부터 떠나는 버스 안에서까지 전쟁의 한복판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총만 없을뿐 우리는 이곳에서 작은 내전을 치르고 있는 느낌이다. 차에서 내려 평택역 앞에 섰던 기자의 눈에 먼저 띄었던 것은 어김없이 ‘미군기지확장반대’ 구호가 적힌 노란 깃발이다.

발길을 돌리면서 ‘평택은 반미주의자에 의해 점령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정재성 기자 jjs@dailynk.com

▲ 미군기지확장을 반대하는 평택지킴이의 집 ⓒ데일리NK

▲ 운동장에 놓여있는 농기계 ⓒ데일리NK

▲ 대추리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한총련 ⓒ데일리NK

▲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 문정현 신부 ⓒ데일리NK

▲ 초등학교 벽에 그려진 대추리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과 범대위사람들 ⓒ데일리NK

▲ 마을 곳곳에 그려진 있는 벽화 ⓒ데일리NK

▲ 대추초등학교 교문이 막혀있다. ⓒ데일리NK

▲ 마을 옆을 지나는 도로를 차단한다는 안내 표지판 ⓒ데일리NK

▲ 농기계 보관 창고 위에 솟아있는 경운기 ⓒ데일리NK

▲ 한신대 학생들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는 집 ⓒ데일리NK

▲ 미군기지확장반대를 하고 있는 집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빈집’이다. ⓒ데일리NK

▲ 평택역 광장에 있는 ‘미군기지 확장반대’관련 선전물 ⓒ데일리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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