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12일 강행한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의 여파로 양강도 혜산시에 지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인공지진으로 혜산시 대부분의 아파트가 심하게 흔들렸고 일부 건물에서는 외벽에 금이 가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고 내부 소식통이 전해왔다. 특히 핵실험 날짜 보안 유지를 위해 사전에 알리지 않으면서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공포에 떨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혜산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12일 12시경 갑자기 지진이 일어난 듯이 아파트가 흔들려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면서 “당시 혜산시의 거의 모든 아파트들이 심하게 흔들려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혜산시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송후동에 있는 7층 아파트와 5층짜리 건물 수십 동이 흔들리고 일부는 금이 갔다”면서 “북한 건물들은 지진을 대비할 필요도 없었고, 아파트 건설에 쓰인 시멘트 강도도 약해 이런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지진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번에 발생한 진도 4.9 수준의 인공지진은 반경 수백km 주민들에게 진동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실내 가구가 흔들리고, 건물 벽에 균열이 생기기 때문에 피해지역 거주자들은 상당한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헌철 국가자료센터장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 규모를 진도 4.9로 볼 때 내부 주민들이 큰 진동을 느꼈을 것”이라며 “특히 땅속 1km 지점은 지표와 가깝고, 인공지진 때 발생하는 P파는 S파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을 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공포감을 던져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내부 소식통은 “핵실험에 대해 알지 못하는 주민들은 심한 흔들림으로 신발도 없이 모두 도로에 나와 아수라장이 됐다”면서 “12시에 방영된 조선중앙TV의 핵실험에 대한 소식도 전기사정으로 주민들이 시청하지 못했다. 지진이 발생한 줄 알고 아파트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1시간 이상 밖에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 12시 조선중앙TV를 통해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된 이번 핵시험은 주위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양강도 혜산시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과 대략 80km로 떨어져 있어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의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CCTV도 12일 지린(吉林)성 안투(安图)현과 백두산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모두가 약 1분 동안 지속된 흔들림을 느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소식통은 “흔들림으로 놀란 주민들은 ‘사전대책도 없이 위험한 지진을 만들어 사람이 놀라든 죽든 상관없냐’고 불평한다”면서 “핵실험으로 인한 건물피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것을 우려한 당국은 피해 관련 모든 상황을 비밀로 부치고 함구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위 탈북자는 “북한 건물들은 부실공사로 제대로 건설되지 않아 웬만한 태풍에도 무너지는 집들이 있다”면서 “북한이 앞으로 보다 강력할 핵실험을 강행하면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진은 진원(지진 시작 지점)이나 진앙(진원의 바로 위 지표면 지점)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핵실험이 지하 2km 이내 지하 갱도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지진피해가 더욱 커졌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