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北주민, 남한이 진짜 ‘先軍 덕 보고 있다’ 믿어

▲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인사말 하는 북한 권호웅 단장

남북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권호웅의 “선군정치가 남한의 안전을 지킨다”는 망발에 파장이 거세다.

권단장은 12일 기조연설을 통해 “선군 정치가 남한의 안전을 도모해주고 남측의 광범위한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고 망언했다.

권호웅은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

권 단장의 발언은 김정일 정권의 대남 의식과 일반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권호웅이 그저 남측 대표단을 한번 ‘골 질러’ 보려는 수작이 아니라 진짜로 ‘선군이 남한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따라서 권단장 입장에서는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발언이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그만큼 현금과 쌀, 비료를 주었는데도 그런 망언을 하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은 그렇게 믿는다. 그들의 사고 방식이 그렇다.

권단장의 망언은 북한의 대남전략과 관련이 있다. 6.15 이후 남한은 ‘햇볕정책’을 실시했고, 북한은 이른바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웠다.

햇볕정책은 북한을 지원하면 김정일 정권이 변화할 것이라는 가설 하에 진행돼 왔다. 그러나 북한의 ‘우리민족끼리’는 햇볕정책을 역이용, 모자라는 식량과 물자를 벌충하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북한당국은 남한의 물자가 들어오면 ‘장군님께서 위대하기 때문에 남한에서 바친다’고만 선전한다. 이런 인식이 있기 때문에 12일 북한의 인터넷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도 “우리민족의 생존과 안녕을 지켜주는 전쟁 억제력(핵과 미사일 의미)이 있어 한반도에 전쟁이 나지 않는다”고 선전하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북한주민들은 남한이 ‘미제 식민지’라는 당국의 선전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또 ‘우리는 남한을 미국의 식민지로부터 구원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어떻게 하든지 무력을 길러 미국을 몰아내고 남녘 주민들을 구원해야 한다는 점을 시대적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주민들은 미국이 남한의 경제 명맥을 틀어쥐고 있으며 소수의 매판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착취하기 때문에 남한 국민들은 반미감정이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만 몰아내면 장군님(김정일)을 통일광장에 모시는 조국통일이 된다고 믿는다.

지금 남북은 서로가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