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패러디] 북한판 ‘김영남 표류기’…관객 “속았다” 환불소동

특유의 ‘벼랑 끝 연출’로 흥행가도를 달려온 북한 김정일 감독이 29일 새 영화 ‘김영남 표류기’를 발표했으나 표절시비와 함께 부실한 시나리오로 ‘저질’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신작 ‘김영남 표류기’를 감상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 중 일부는 ‘속았다’며 환불소동까지 벌이기도 했다.

최근 금강산에서 촬영한 이 영화는 강제 납치된 배우 김영남(45)씨를 협박해 주연을 맡겼다. 남한에 사는 그의 어머니 최계월(82)씨를 김씨 상봉을 조건으로 교묘하게 출연시키기도 했다. 이 영화는 납치 주인공의 출연으로 개봉 전부터 국민적 관심을 모았으나 결국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

‘김영남 표류기’는 납북 배우 김영남의 일대기를 시나리오로 선정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제작 과정에서 시나리오가 철저히 왜곡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영화에서는 특히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 놀러갔다. 함께 간 선배들과의 다툼을 피해 나무쪽배에 올랐다가 잠이 들었다. 망망대해에 표류하던 중 북한 선박에 의해 구조 됐다”는 대사가 문제가 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설정 자체가 터무니 없다고 했다. 이미 김영남 납치는 간첩 김광현과 최정남 부부간첩 사건을 통해 이미 명명백백하게 알려진 사실인데도 이를 우연에 의한 입북으로 묘사한 것은 비약을 넘어 날조라는 지적이다.

또한 해수욕장에 있지도 않은 나무쪽배에 올랐다가 잠시 잠이 들어 일어나 보니 망망대해 한가운데 표류하고 있었다는 것도 현지 주민들은 터무니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해수욕장은 사면이 섬으로 둘러싸여 있고, 해류가 심하지 않을 뿐더러 조류 방향도 반대여서 망망대해로 나가려면 하루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우연히 그 옆을 북한 선박이 지나갔다는 설정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영남의 연기력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대사를 완벽하게 외우지 못해 연기 중간 중간에 대본을 힐끗 쳐다보는 장면이 편집되지 않고 그대로 삽입 돼 빈축을 사고 있다.

이어 ‘바다에 표류하다 북한 선박에 의해 구조돼 우연히 입북하게 됐다’는 시나리오는 그동안 남한의 납북단체 작가들이 여러 차례 영화 시나리오로 발표한 내용이어서 이들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그리고 김정일 감독은 지난 일본인 납치 영화에서도 ‘표류된 일본인 구조’라는 똑같은 수법을 사용한 적이 있다.

이번 김영남 표류기 실패는 김정일 감독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98년 ‘대포동1호’의 흥행을 믿고, 최근 후속작 ‘대포동2호’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도 기대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오히려 개봉을 시도할 경우 원천 봉쇄하겠다는 미 헐리우드 부시 감독의 경고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김 감독은 그동안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에도 상당한 골수팬들을 확보하고 있어, 그동안 ‘흥행 보증수표’라는 명성이 뒤따랐다. 그러나 ‘대포동2호’와 ‘김영남 표류기’의 연이은 흥행실패로 인해 이제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김 감독의 나이가 60대 중반으로 향하면서 판단착오를 넘어 일부 ‘치매’ 증상까지 보이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의 헐리우드가 ‘인권 연출법’이라는 새로운 전략으로 북한의 영화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껏 ‘벼랑 끝 연출법’으로 북한 영화계의 대부로 불리고 있는 김정일 감독의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두 번의 흥행 참패로 재기불능 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영화 평론가들은 김 감독의 성격상 몇 편의 영화가 실패했다고 해서 쉽게 그의 스타일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김 감독의 골수팬들이 조직적으로 ‘대포동2호’와 ‘김영남 표류기’ 관람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어 영화 흥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은 벼랑 끝 연출법이라는 독특한 영화 연출 테크닉으로 94년 ‘영변 핵카드’, 98년 ‘대포동1호’, 2000년 ‘DJ, 6.15 평양 상봉기’를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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