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패러디]남북정상회담 10억달러 뒷거래 막은 ‘황금돼지들’

대통령선거를 10개월 정도 남겨 놓은 2007년 어느날.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사상 최악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12월 대선은 치르나마나 결과는 뻔했다.

정부와 여당은 대반전을 위해선 ‘남북정상회담 카드’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상회담으로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으로 야기된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해소하고, ‘전쟁모드’에서 ‘평화모드’로 전환해 일거에 분위기 반전을 시도한다는 전략이었다.

이런 이유로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과 김대중(DJ) 전 대통령, 그리고 여당 내 대권후보 중 한 명인 정동영 전 의장은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연일 그 필요성을 역설하고 다녔다.

하지만 중요한 건 북한의 반응이었다. 지난해부터 수차례 여러 루트를 통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약속한 김정일의 서울답방 성사를 위해 북측에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허사였다.

이렇게 남한 정부의 일방적 구애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측이 갑자기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특사 파견을 요청해 왔다. 깜짝 놀란 청와대측은 누구를 특사로 보낼 것인가를 놓고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을 특사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북측이 갑작스레 특사파견을 요청한 것은 달러가 계속 고갈되기 때문이었다. 김정일은 국제사회의 압박과 금융제재로 통치자금이 계속 말라가자 수십년 동안 북한주민들이 ‘충성의 금싸라기 모으기’로 만든 금괴까지 외국에 내다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물밑거래를 통해 또 한번 거액의 달러를 챙기려는 것이었다.

김정일로서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핵문제를 우리민족끼리 해결하기로 했다’고 립 서비스를 해준다 해도 12월에 남한 정권이 바뀌어 버리면 자연스럽게 ‘없었던 일’로 되는 것이고, 또 정권이 안 바뀌면 더 좋은 일이니까 꿩먹고 알먹는 식으로 막판에 한번 노무현 정부를 도와주고 돈이나 챙기자는 계산이었다.

노 대통령은 안희정을 특사로 파견하기 전, 남북정상회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한 바 있는 DJ에게 자문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DJ를 초청하면서 당시 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성사시킨 박지원 전 비서실장, 임동원, 박재규 전 장관 등을 청와대로 조용히 불렀다.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 안 씨를 비롯해, 이재정 통일부 장관, 백종천 안보실장, 그리고 DJ 정부시절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실무역할을 담당했던 서훈 국정원 3차장 등을 배석시켰다.

[다음은 비공개로 진행된 노 대통령과 DJ의 대화 내용]

-DJ: 지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엄청나부러요. 이래가지곤 12월 선거에서 해보나 마나 백전백패랑께, 그런게 이번에 정상회담 잘 혀가지고 국민들의 마음을 거시기 허게 바꿔야 한당께, 햇볕정책을 위해서라도 꼭 이겨야 혀.

시방 정상회담에서 승부를 못 보면 말짱 꽝이여, 내가 정상회담 추진 헐 적엔 우리 박 실장에게 현대에서 받은 돈 5억달러인가 손에 쥐어주고, 저쪽(북측) 애들에게 정상회담 허자고 꼬셨는디, 지금은 그런 분위기도 아니고 또, 그런 돈 몰래 갖다 줬다가 국민들이 눈치 채면 조금 곤란할 것이여, 나야 평양 가서 김 위원장하고 사진도 찍고 대접도 잘 받고 혀서 좋았는디, 나중에 박 실장 감방 보내 놓으니까 마음이 거시기 허더라고요 이~잉.

-박지원: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올까 말까 고민 좀 했습니다. 저는 정말 특사 같은 것 맡기 싫었는데 DJ 대통령님께서 자꾸 ‘정상회담 정도는 해야 평생 소원인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죽는 소리를 하는 바람에…(한숨을 내쉬며) 아무튼 모든 걸 다 뒤집어쓰고 감방 갔다 오고, 국민들에게 욕도 먹고, 여기서 할 말은 아니지만 참 속이 쓰립니다.

이번엔 안희정 씨가 특사로 간다고 들었는데, 갈 땐 가더라도 갔다 와서 또 고생은 좀 해야 할 것입니다.

-노 대통령: (DJ와 박 실장 등의 조언을 묵묵히 듣고 난 뒤) 옛날처럼 기업들에게 돈 내놓으라고 한다고 저에게 돈 줄 기업도 없고,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닙니다. 그렇다고 김정일 위원장 성격상 그냥 만나자고 한다고 나올 양반도 아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물은 준비를 해야겠지요.

그리고 이번에 정상회담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보안입니다. 정상회담 확정 직전까지 정보가 유출되면 조중동을 비롯한 불량식품(미디어)들이 엄청 우리를 씹어대겠지요? 불량식품들에게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이재정: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이 꼭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은 몰라도 국민들도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간 대화의 물꼬를 터서 평화분위기를 조성하면, 나중에 역사가 우리를 평가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요즘 거듭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주장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현금 하고 쌀과 비료를 왕창 지원하면 김 위원장도 아마 무시하지는 못할 겁니다.

이 만남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희정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은밀히 만나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첫 만남에서는 별다른 진척 없이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으로 만족한 후 보름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다음은 보름후 다시 만난 안희정과 이종혁의 대화 내용]

-안희정: 이제 이것저것 끌지 말고 북한이 잘하는 ‘속도전’으로 협상을 진행합시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정상회담 대가로 우리가 뭘 해주면 좋겠소?

-이종혁: 안 선생, 듣던대로 화끈하시구만요. 요즘 우리 공화국이 미 제국주의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는 거 안 선생도 잘 아시잖습네까? 미국 애들이 금융제재다 뭐다 해가지고 우리 장군님 속이 많이 상했시요. 거기다 또 유엔에서 사치품 거래를 못하게 막아놔서리…

-안희정: 요즘 그렇게 힘듭니까?

-이종혁: 외국에 나가 있는 외화벌이 일꾼들이 고생을 하고 있긴 하지만서도, 고까이꺼 푼돈 가지고 장군님이 성이나 차겠습네까? 이번 기회에 남조선 동무들이 화끈하게 한번 지원해주면 우리 장군님께서도 통 크게 남조선 동무들 위해서 연출을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네다. 그러기 위해선 지난번 김대중 선생이 보내준 액수보다야 더 많아야 하지 않겠습네까?

-안희정: 왜 지난번보다 많아야 합니까?

-이종혁: 그거야 당연하지 않겠습네까? 남조선이 장군님 선군정치 덕을 보면서 기업인들이 안전하게 돈 벌고 있는 거 우리 다 압네다. 이제는 우리 공화국의 핵무기가 조선반도의 핵전쟁을 막아주게 되었는데, 남조선이 그만큼 안보비용을 더 내야지요. 우리가 핵무기 완성하는 데 얼마나 돈이 많이 들어갔는지 아십네까?

(이 말을 들은 안희정은 속으로 ‘아무리 민족공조라지만 뭐 이런 쌍놈들이 다 있어?’라는 생각에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꾹 눌러 참았다.)

-안희정: 좋습니다. 대통령님께 그렇게 보고하고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금융제재 때문에 전세계 금융망이 손바닥 들여보듯 노출되어 있으니까, 이번에는 우리가 달러 현찰을 직접 전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방법은 저희쪽에서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대신 12월 대선에 우리가 승리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이종혁: 걱정 붙들어 매시라요. 우리 장군님께서 통 크게 도와드릴 것입네다.

안희정은 돌아와 노 대통령에게 그대로 보고했다. 보고들 들은 노 대통령은 “수고 많았다”며 등을 두드려 주었다. 문제의 핵심은 북측에 얼마나 줄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이냐 하는 점이었다.

그날부터 정상회담 추진 핵심요원들만 따로 모여 근 2주동안 매일 토론을 거듭했다. 그 결과 DJ 때 전달한 액수의 2배를 주기로 하고, 달러는 육로로 직접 전달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 내용은 비밀경로를 통해 북측에 전달되었다.

얼마후 남북 실무진은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은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을 계속 이어간다는 취지에서 6월 13일~15일까지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타이틀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제2차 북남최고위급회담)으로 결정됐고, 정식 발표는 5월 말 경 남한 방송 3사와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동시에 하기로 합의했다.

문제의 핵심인 달러 전달 방법을 놓고 남북 양측은 지난 98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해 남북관계의 물꼬를 텄던 것처럼, 올해 2007년은 정해년(丁亥年)이니까 돼지떼를 몰고 올라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대형트럭 200대에 돼지를 싣고 판문점을 통해 방북을 시도한다는 것.

정상회담 추진팀은 돼지를 실은 트럭에 현금 10억 달러를 나눠 싣고 가면 아무도 모를 것으로 판단했다. 또 남북 실무진은 2000년 1차 정상회담 개최전 마지막 잔금이 하루 늦게 송금되는 바람에 DJ의 방북도 하루 늦어진 사건을 떠올리면서, 이번엔 서로간에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아예 5월 중순까지 ‘돼지’를 보내주기로 합의했다.

5월 초 느닷없이 판문점에서 개성공단 시범사업확대를 위한 남북경협위원회 실무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남북은 2007년에 개성공단 사업을 전격적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하고, 그 사업이 전 민족적 염원을 담아 성공하기를 기원한다는 취지에서 5월 13일 ‘복돼지 2007 마리’를 북에 보내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복돼지는 판문점을 통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고 북측은 개성공단에서 ‘돼지’를 인수받기로 했다.

5월 13일 남한 방송사가 현장중계를 하는 가운데 돼지들의 방북행사가 열렸다. 대형트럭 200대가 줄을 지어 판문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트럭 바닥에 현금을 깔고 그 위에 3단 이상 볏짚을 깔아 완벽하게 달러를 위장했으나, 돈 냄새를 맡은 돼지들이 판문점을 통과하기 직전 꿀~꿀~꿀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난리법석을 친 것이다.

2007년은 6백년만에 돌아온 ‘황금돼지’의 해. 이 해의 돼지들은 다른 냄새는 못맡아도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다는 사실을 남북 실무진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돼지들은 볏단을 입으로 뜯고 코를 벌름 거리며 달러를 마구 흐트려 놓았다. 트럭이 달리면서 100 달러 지폐가 바람에 흩뿌려지는 웃지못할 장관이 연출됐고 이 장면이 방송 3사 카메라에 잡혀 전국에 중계되었다.

이에 군 초병들이 트럭을 자세히 조사했다. 그러자 모든 차량 바닥에서 엄청난 액수의 달러 뭉치들이 발견됐다. 이렇게 해서 돼지떼와 함께 뒷돈을 전달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일각에선 2007년 정해년 진짜 황금돼지떼들이 국민들의 세금을 구했다며 좋아했다. 덩달아 돼지가격이 올라 돼지를 키우던 농가에도 큰 이익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