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北 배급재개, 알고보니 순전히 ‘말풍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달 27일 북한 수매양정성 김성철 처장의 말을 인용해 10월부터 주민들에 대한 식량공급이 정상화 됐다고 보도했다. 김 처장은 “10월 1일부터 식량을 전국적으로 정상공급하고 있다”면서 “식량공급의 정상화란 전량(全量)을 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내 어느 도시 어느 계층의 주민에게 물어보아도 식량을 배급받았다는, 특히 전량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김 처장은 ‘식량배급 재개’니 ‘식량배급제 복귀’니 하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라며 “비정상이었던 식량공급이 정상화된 것이지 한번 폐지된 제도가 부활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즉 전량을 주지 못하는 비정상적 상황에 있었을 뿐이지 식량난 이후에도 배급을 주어왔으며, 그동안 북한은 배급제를 폐지하거나 중단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김처장의 말은 순전히 형식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실제는 이와 완전히 다르다. 북한 주민들은 한결같이 1980년대 후반부터 가끔 배급이 비정상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완전히 배급이 끊겼다고 말한다. 지난 10년간 배급을 받아본 날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다.

식량배급 정상화 된 곳 하나도 없어

북한 당국은 10월부터 식량배급을 정상화하고 장마당에서의 곡물 판매도 금지한다고 발표했으나 지금까지 들려온 각 지역의 정보에 의하면 모두 허풍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함경북도 지역을 총괄해보면 사정은 이렇다.

함경북도 새별군의 경우, 10월초에 배급을 약간 주었으나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고 전 주민에게 배급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뙈기밭과 개인경작 소토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그 생산량을 1년 배급량에서 제하고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함경북도 회령시의 경우, 10월초에 5~6일 분량의 배급을 주었으나 역시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만 대상자였다. 더구나 쌀이나 옥수수가 아닌 감자로 배급했다.

함경북도 김책시도 마찬가지다. 10월초에 며칠 분량의 배급을 받았으나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장마당을 통제하고 있지만 곡물 장사꾼들이 기존 장마당의 외곽에 새로운 장마당을 형성해 오히려 장마당이 확대되는 일종의 ‘풍선효과’ 마저 나타나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시는 장마당 통제를 가장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에서 배급을 주면 장마당의 쌀가격이 떨어져야 정상인데 오히려 새로 형성된 암시장에서의 곡물가격이 상승하는 기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함경북도 온성군의 탄광 몇 군데에서는 예전처럼 배급을 줬다. 그런데 쌀이 아니라 옥수수였고, 그것도 6일분이었다.

함경북도 무산군의 무산탄광은 중국의 직접투자로 공장이 원활히 돌아가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은 유일하게 정상배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노동강도에 따라 하루 700~800g 기준을 잡고 10월과 11월에 계속 배급을 주고 있으나 역시 옥수수다.

무산탄광을 제외한 공장과 기업소의 노동자들은 전혀 배급을 받지 못했다. ‘배급 정상화를 각 기업소에서 알아서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하는데, 거의 모든 공장과 기업소가 가동을 멈춘 상태라 ‘알아서 배급을 받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무산군의 경우에도 장마당에서 곡물류 판매를 금지시키자 골목이나 개인 가정집에서 곡물을 판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배급 못 주면 장사, 농사할 자유라도

상황이 이러한데도 “식량배급이 완전히 정상화됐다”는 것이 도대체 어느 나라의 이야기인지 아리송하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10년만의 대풍(大豊)으로 “올 겨울은 배급 쌀을 먹어볼 수 있겠다”며 기뻐했다가, 기껏 ‘배급’이라고 나온 옥수수와 감자를 받아 안고 극심한 실망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누구든 식량배급에 대해 물어보면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라며 혀를 끌끌 찬다.

북한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이것이다.

식량배급을 하려면 확실히 하고, 못하겠으면 장사와 개인농사라도 해서 먹고살 최소한의 자유라도 달라는 것이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하고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중국 옌지(延吉) = 김영진 기자 k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