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이명박시대] ③북핵폐기 우선하는 실용적 대북정책

이명박(李明博) 한나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대북정책도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20일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기조와 관련, “진보, 보수를 뛰어넘어 실용주의적 외교를 하고 남북협력도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새 정부의 기치로 내건 `실용주의’가 남북관계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꼼꼼히 따져보고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퍼주기’라는 일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경협사업에 나서는 경향이 짙었던 참여정부의 정책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 당선자의 대북정책 슬로건인 `비핵.개방.3000’도 `북핵 폐기’와 `대북 지원’이 상호주의로 엮여 있다는 평가다.

`비핵.개방.3000’은 북한이 비핵화의 결단을 내리면 남측은 ▲300만달러 이상 수출기업 100개 육성 ▲북한 주요 도시 10곳에 기술교육센터 설립 및 산업인력 30만명 양성 ▲서울-신의주 간 고속도로 건설 등을 통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내에 3천 달러로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 당선자는 회견에서 “남북간 가장 중요한 현안은 북핵폐기”라고 강조한 뒤 “북핵이 폐기됨으로써 진정한 남북경제교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보고 북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는 것이 체제유지와 주민들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득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대북정책 브레인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당선자는 남북 채널을 통해서도 북핵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정부의 차별성은 북핵문제가 지금의 긍정적 흐름에서 벗어나고 북미관계도 악화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핵상황이 악화되는 쪽으로 반전된다면 차기 정부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압박에 나설 것”이라며 “작년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대북 포용정책을 유지한 참여정부와는 이 점에서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내년 초에는 남북 모두 기선제압을 위한 기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런 분위기속에서 `2007 남북정상선언’도 지금처럼 속도감있게 이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성욱 교수는 “북핵문제의 해결없이 이뤄진 남북정상선언은 사상누각이며 무의미하다”면서 “합의사항들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인데 북핵폐기 없이 그대로 이행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합의사항들은 하나하나 따져 선별 이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조선협력단지 등과 같이 남측 기업들도 원하는 사업은 속도를 내는 반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가 얽혀있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등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차기정부는 또 북한의 인권문제와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는 “남북문제에 있어 무조건 비판을 꺼릴게 아니라 애정어린 비판을 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사회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인권에 관한 문제도 역시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정권이 북한에 관한 것은 비판을 삼가고 비위를 일방적으로 맞추는 것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해 할 말은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인권문제 등을 체제존립과 연결시키는 북한의 특성상 단기적으로는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지만 남북관계가 한 차원 높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싫은 소리도 해야한다’는 게 차기정부의 생각이다.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에 있어 또 하나의 변수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해 당선자를 만날 것인가 여부다. 정부 소식통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내년 1월께 남측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으며 가능하다면 당선자를 만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도 후보 시절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한만큼 굳이 김영남 위원장을 피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초반부터 갈등을 빚기 보다는 일단은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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