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초대석] ‘소통 물꼬’ 트는 이상규 국어원장

“꾸준한 소통이 없으면 어느덧 단절이 찾아옵니다. 언어적 단절이 생긴다는 것은 다른 민족으로 분할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국어연구와 어문정책을 총괄하는 국립국어원의 이상규(55) 원장은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해 소통이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2006년부터 국립국어원을 이끌고 있는 이 원장은 취임 전 경북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남북의 언어학자가 공동 집필하고 있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남북 언어교류에 직접 참여해왔다.

그는 국어원장으로 취임한 후에도 북한과 수화, 점자 교류 방안을 모색하고 남북의 방언 자료를 모으는 등 남북간 언어소통을 도울 길을 찾고 있다.

남한의 표준어와 북한의 문화어를 아우르는 언어 규범을 마련하고 ‘언어 통일’을 바탕으로 한국어가 세계로 힘차게 뻗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북녘에서도 언어 소통과 관련해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북녘 언어학자들도 언어학 협력에 우호적이고 적극적이라고 믿어요. 언어 통일의 길은 양측이 함께 고민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 원장은 특히 남북간 전문용어에서 이질화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산업관련 용어를 공동으로 순화하고 언어 단절을 극복하는 문제를 선결과제로 꼽았다.

산업의 각 부문에서 전문용어나 외래어의 차이로 언어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만큼 대외무역에서 손실이 크고, 통일이 되더라도 이질화 극복이 큰 과제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남북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남북경협이나 교류의 폭이 넓어지면서 남북간 전문용어나 외래어를 중심으로 ‘언어 격차’에서 오는 불편함이 많으므로 남북이 이런 차이를 조율할 공동의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북녘의 용어를 풀이하는 단편적인 시도만 있었을 뿐, 남북의 국어 연구 기구간 본격적인 교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원장은 “남북의 언어를 함께 연구하고 어문규범을 조율하는 문제는 정치논리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지금과 같이 정치.경제적으로 굳어 있을 때 문화적인 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그는 “언어교류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기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지역이나 계층이라는 기준을 빼내고 (남북의) 다수가 사용하는 어문규범 틀을 마련하면 남녘의 표준어와 북녘의 문화어의 간격을 좁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자신했다.

이 원장은 또 남북 모두에서 영어 등 외국어 조기교육이 중시되는 현상에 대해 “다문화와 다원화의 큰 흐름속에서 다국적 언어 교육은 필수적이다. 소통의 다양성 측면에서 외국어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그러나 “특정 언어에 너무 집중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앞으로 우리 나라에서 다문화 가정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소통의 문제와 직결된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의 국어 능력을 향상시킬 국가전략이 필요하다”면서 국립국어원에서는 탈북자를 위한 언어교육 프로그램으로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원장은 거듭 “남북간 언어의 이질화가 가속화되지 않도록 조율하고 소통하는 고난도 작업, 큰 틀의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사람이 신뢰를 바탕으로 만난다면 어떤 일도 결국에는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