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초대석] 북녘 수맥찾는 이익노 이사장

“지하수 시추공을 뚫는 일은 혈관주사를 놓는 것과 같습니다. 북녘 땅에 폐공을 방치해서 독극물을 주사해서는 안되죠. 남북은 언젠가 한물을 먹는 한집 식구가 될테니…”

한국지하수시공업협동조합의 이극노(56) 이사장은 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깨끗하고 안정적인 수자원 공급의 필요성을 말하면서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강조했다.

50여개 업체를 회원으로 둔 이 협동조합은 2004년 현대아산과 계약을 맺고 개성공단 운영에 필요한 지하수를 개발했으며, 지난해는 대북지원단체의 의뢰를 받아 평양 정.배수장 시설개선과 오수처리 사업에 참여했다.

이 이사장은 “개성공단 지역은 지하수가 귀한 지역이라 애먹었지만 남북경협 현장에서 뛸 수 있었고, 평양에서는 대동강의 극심한 오염을 막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 보람을 느낀다”면서 “북녘의 노후한 정.배수장 펌프를 교체하고 생활하수를 처리해 오염원을 차단하기 위해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평양 정주영체육관 개관식에 참석하기 2003년 10월 처음 방북했다는 이 이사장은 이후 30차례 평양, 개성, 금강산 등을 방문하고 북측과 다양한 수자원 개발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이상하게 처음부터 거부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남측에서 지하수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난개발로 인해 수많은 폐공이 생겼으나 방치하는 바람에 많은 지역의 지하수가 오염됐습니다. 이제야 100만~200만개로 추정되는 폐공 찾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이런 시행착오를 아직 청정지역이라는 북한에 비춰보니 지하수만큼은 난개발이 아닌, 오염방지 차원의 일원화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 이사장은 “북한에서 음용수는 지하수나 정제수가 아닌 지표수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황사를 비롯한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금 지표수를 그대로 마실 수 없는 상황이고, 오염된 생활용수에 따른 전염병의 위험도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북한에는 수자원 개발을 위한 시추장비가 부족할 뿐 아니라 암반 천연수를 끌어올릴 동력도 약하기 때문에 남한의 설비를 도입하고 지하수 개발 기술을 전수하는 동시에 발전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게 이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북녘 지하수개발의 일원화를 통해 시추공에 오염방지 장치를 부착하고 일련번호를 매겨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폐공으로 지표수가 흘러들어가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사후처리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하수는 인류에게 마지막 남은 생명의 근원이라고 믿습니다. 북한에서 수자원 난개발의 위험은 수 천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어요. 통일된 국가에서 북측만이라도 지하수를 깨끗하게 지키고 관리해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야죠.”

그는 그러나 “아직 북한의 수자원 문제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지” 남북경협에서 이 분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며 “지하수관련 남북협력은 시민사회단체의 인도지원 사업과 정부가 주도하는 대단위 지원사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서 지하 굴착시 군부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 등 남북관계 특수성에 따른 어려움은 있지만, 북측 관계자들이 수자원 개발을 위해 남측의 기술전수와 설비지원을 받으려는 열의가 있는 만큼, 남측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수자원 개발의) 밑그림을 제시하면 언제든 협력할 마음가짐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5월 개성지역 2만평에 온천휴양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북측과 합의하고 개성공단 인근 30만평에 발명특허품 전문 생산기지를 조성하는 제안서도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겸손한 마음을 갖고, 빵 하나라도 나누는 마음으로 남북이 교류한다면 안 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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