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초대석] 남북경협 ‘첫 경험’ 박원규 中企사장

“북한에 대한 경공업 지원이 활성화되면 남북통일도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7월 본격 개시된 남북간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 사업’에 참여한 박원규(朴源圭.55) ㈜한국티알 사장은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1994년 창업 이래 처음으로 경험한 남북경협에 대한 소감과 함께 바람직한 경협방향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에서 신발 밑창, 스포츠용품 손잡이 등의 원료가 되는 고무 컴파운드를 생산하고 있는 박 사장이 섬유, 신발, 비누 등 경공업 자재를 남측이 제공하고 그 대가로 북측으로부터 아연, 마그네사이트 등 지하자원을 받는 신(新)경협에 발을 들여놓은 지난해 말.

박 사장은 “작년 11~12월 신발 밑창 원자재 생산 국내 1위 업체로 북한에 보낼 신발 원자재 납품을 위한 정부 경쟁 입찰에서 400t의 물량을 수주해 북측으로 보내면서 북한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간 매출 1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인 한국티알로서는 10여년전부터 국내 신발제조 공장들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원자재 수요처가 계속 줄어 경영난을 겪던 차에 ‘오아시스’를 만난 셈이었다.

그는 “경영 환경이 계속 나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북한 시장이)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철저한 반공교육을 받아 북한과 가까워지는 한강 이북으로 가는 것조차 싫어했었다”는 박 사장은 북으로 원자재를 보낸 뒤 기술자문을 위해 직접 북한에 가 평양 근교에 있는 신발공장들을 둘러보며 “가보기 전에 몰랐던 사실들”을 깨닫기도 했다.

그는 “공장을 가보니 모든 것이 수동이고, 기계도 낡은 데다 대부분 멈춰있어 가동률이 형편없었다”며 “신발의 경우 우리 남측의 1980년대 상황을 보는 듯했으며, 어떡하든 발만 보호하면 되고 다양한 기능이나 색깔, 디자인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듯 했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그러나 “기술력 측면에서는 조금만 지원해주면 같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우리가 전수해주는 기술을 수용할 자세나 기본적인 바탕은 있는 것으로 보였다”며 남북경협의 ‘희망’을 발견한 점을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남측 원자재가 서로 합의한 대로 들어오면 (북한) 전 주민들에게 신발 2켤레씩 나눠줄 수 있다”는 북한 간부의 말을 듣고는 남북간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이 북한 주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알아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기업하는 사람이라 정치문제는 모른다”며 대북정책에 관한 질문에는 수 차례 손사래쳤으나, 자신의 방북 경험담을 소개하며 “햇볕정책이나 현 정부의 대북지원에 대해 ‘대가를 받지 않고 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부정적이었는데 직접 북한에 가본 뒤에는 생각이 달라졌다”고 토로했다.

대북정책에 대한 관점이 바뀐 이유는 “남북간 경공업 협력사업이 계속되다 보면 북한 주민들의 남한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고 북한 내에서도 “밑으로부터의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그는 경공업 제품이 곧 북한 주민들의 생활용품이라는 점을 들어 “전쟁시 총 가지고 싸우는 방법이 있고 서서히 문화가 침투해 정서상으로 이기는 방법이 있다”며 “경공업 협력만큼 효과적인 문화적 침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3년, 5년 계속 가면 (북한) 주민들이 심적으로 동요가 될 것”이라며 “밑에서 (북한) 주민으로부터 올라오는 뭉치는 힘이 될 수 있고,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면 통일이 앞당겨 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붕괴할 경우 북한 주민들은 중국으로 갈 것인지, 남한으로 올 것인지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때를 대비해서라도, 북한이 중국으로 기우는 것을 막으면서 우리가 계속 안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경공업협력 사업에 참가하면서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절차상 복잡한 점도 없고 대금 지급도 원활해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면서 “연간 두차례정도 건별로 경쟁 입찰을 통해 물량을 수주해야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정부 납품은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부분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정부 당국에 대한 바람도 “경공업 협력 규모를 계속 늘려 활성화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중소기업에 새로운 판로를 열어주게 되고, 나중에는 북쪽에 아예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중소기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

인터뷰 도중에서도 “내달 말까지 860t의 물량을 납품해야 한다”며 사장실을 수시로 드나든 박 사장의 시화공단 공장 마당에는 납품을 대기중인 완제품이 성인 키 높이로 가득 쌓여 있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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