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초대석] 김일주 북한이탈주민후원회장

“고향의 동생이나 조카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일합니다.”
다양한 지하자원으로 유명한 함경남도 단천이 고향인 김일주(77) 북한이탈주민후원회장은 탈북자들의 국내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온 힘을 불사르고 있다.

자민련 소속으로 제15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한 김 회장은 2005년부터 3번째 후원회장직을 맡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회장이 탈북자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대말 폴란드와 동독 등에서 공부하다 국내로 들어온 탈북 유학생을 지원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인연은 1992년 탈북해 국적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김용화(45)씨를 도우면서 만들어졌다.

그는 당시 정부로부터 조선족이라는 판결을 받고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돼 있던 김씨의 보증을 서서 김씨가 석방되도록 도운 데 이어 1998년에는 일본으로 밀항하다 일본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김씨를 구하기 위해 일본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 결국 국내로 데려와 정부로부터 탈북자 신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 회장은 “이런 일을 하다보니 탈북자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후원회장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후원회에서 하는 중요한 사업은 탈북자 정착도우미 지원사업과 민간단체 지원사업 등 탈북자의 국내정착을 측면에 도와주는 일들이다.

작년 정부로부터 16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후원회는 하나원을 졸업한 탈북자들을 주거지역에 데리고 가서 임대주택에 입주해 살 수 있도록 초기정착을 돕는 데 연간 약 11억원을 사용하고 있으며, 고령탈북자나 무연고 청소년 탈북자를 돕는 민간단체 지원에도 4억 가까운 비용을 보조했다.

김 회장은 “국내로 들어오는 탈북자가 매년 늘어나면서 예산이 늘 부족해 과거 의정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국회의원들에게 부탁해 올해는 예산을 22억원으로 늘렸다”고 밝히고 “앞으로 민간의 역할이 커지면서 후원회가 해야할 일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치에 몸 담았던 경력을 십분 활용해 각 지방의 자치단체장들에게 탈북자를 도와달라고 하는 ‘민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일주 회장은 “의정부시와 포천시 등에 있는 몸 아픈 탈북자들을 지방자치단체와 연결해주기도 했다”며 “탈북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면서 크게 웃었다.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하는 탈북자들을 보면 큰 기쁨을 느끼지만,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채 사회에 불만만 토로하는 탈북자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더하다고 한다.

그는 “작년 겨울 가양동에서 탈북자들과 삼겹살 파티를 할 때 한 30대 여성 탈북자가 더운물도 잘 나오는 집이 있고 생계비도 보조받고 식당에서 일하면서 120만원도 받고 있다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하는 일의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북한산 느릅을 원료로 냉면과 육수, 찐빵 등 3가지 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백두식품의 이춘삼씨와 윤상철씨 등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며, 이씨에겐 결혼식 주례를 서주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새마을연수원을 세워 교육활동에도 적극적인 김 회장은 외국인노동자를 교육시키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면서 탈북자들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을 교육시키다 보면 사회주의 국가에서 온 근로자와 자본주의 국가에서 산 사람의 자세가 180도 다르다. 사회주의 출신은 국가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 기대만 크고 스스로 무엇을 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정부가 탈북자 지원업무를 점차 민간에 이양하려고 하는 가운데 후원회는 앞으로 35세가 넘어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탈북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에 좀 더 신경을 쓸 계획이다.

김 회장은 “교육을 받겠다는 분들인데, 이를 통해 좀 더 잘 정착할 수 있다면 우리가 나서서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나는 6.25전쟁이 나고 혼자서 남쪽으로 내려와서 운전기사, 청소부 등 안해본 일이 없다”며 “늘 탈북자들에게 하는 소리지만, 우리 사회의 화려한 것을 보지 말고 아래를 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단을 오를 때는 한 계단씩 올라야지 두서너 계단을 한꺼번에 오르다가는 다치기 쉽다”며 성실하고 부지런히 일하면서 쉽게 돈 버는 유혹만 뿌리친다면 모든 탈북자들이 정착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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