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초대석] 경협 최전선 사령관 황부기 경협사무소장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위한 환경이 하나씩 나아질 때마다 뿌듯함을 느낍니다. 앞으로 더 나아져야죠.”

2005년 10월 개성에 문을 열고 민간과 당국간 경제협력 사업을 북측과 직접 논의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의 황부기 소장은 남북경협 사업의 최전선에 나가 있는 사령관이다.

가족을 서울에 두고 개성에서 생활하는 황 소장은 오전 8시30분께부터 저녁 6시까지 북한과 우리 기업인들과 접촉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지만 “남북간 경제협력 사업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느새 남쪽 사람보다 북쪽 사람들과 만남이 더 익숙해져 버린 그가 이 업무를 맡으면서 마음 속에 새긴 좌우명은 ’역지사지(易地思之).’

“북측 사람들이 우리쪽의 문제 제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할지를 알면 그들을 설득하기가 쉬워집니다.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벽을 보면서 역지사지하는 연습을 합니다”
개성에 상주하다 보니 퇴근 후에도 업무에 매달리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 됐다.

황 소장은 “낮에 회의실에서 협의할 때는 풀리지 않던 문제도 저녁에 북쪽 상주인원들과 술 한잔하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곤 한다”며 “개성공단에 나와 있는 입주기업이나 기관장,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관계자들과도 자주 저녁을 먹으면서 현안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2년 넘게 개성공단에서 북측과 협의하면서 그들의 변화되는 모습도 직접 느끼고 있다.

“북측 사람들이 처음과 다르게 이제는 남쪽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불필요한 언쟁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남쪽 기업인들을 설득하는 북쪽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름 보람도 느낍니다”

특히 작년 남북정상회담 후부터는 북쪽 관계자들이 남북간 경제협력 사업을 통해 북한 사회를 발전시키려 하는 의지가 충만해 보인다고 황 소장은 말했다.

북한 땅에 설립된 경협사무소에서 열린 남북간 협의는 올해 1월 중순 1천회를 넘겼다.

황 소장은 “하루에 많을 때는 10건정도 경협 논의가 사무소에서 열린다”며 “특히 의류 위탁가공 업체들이 춘하복관련 논의를 하는 11∼12월과 추동복 논의를 하는 5∼6월은 정말 바쁜 시기”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부속 건물에 들어있다가 작년 12월 새 청사를 마련한 경협사무소는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로 회담장과 IT기술 협의실, 봉제기술 협의실, 면담실, 상품전시관, 교육관 등의 시설을 갖추면서 남북경협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한 셈이다.

황 소장은 “IT기술 협의실에는 컴퓨터 10여대를, 봉제기술 협의실에는 재봉틀과 재단관련 설비를 갖춰 기업들의 밀도있는 협의가 가능해졌다”며 “회담장은 상황실과 대표 대기실, 대표 접촉실 등을 갖춰 장관급 회담도 개최할 수 있다”며 자기집 자랑하듯 했다.

그는 자랑하고픈 사무소의 역할로 우선 ’견본 송달제’를 꼽았다.

그동안 남쪽에서 위탁가공 등에 참여한 업체는 인천항에서 중국의 단둥을 거쳐 평양으로 견본을 보냈지만, 경협사무소가 생기면서 육로를 통해 견본을 주고받아 시간과 비용, 분실의 위험성 등을 줄일 수 있게 된 것.

황 소장은 “남북 경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며 “특히 통신과 통행, 통관의 3통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남북경협의 최일선에서 뛰는 그에게 앞으로의 바람을 묻자 “소장을 맡으면서 주말외에는 가족을 보기 어렵다”며 “남쪽의 가족을 데리고 개성에서 며칠간이라도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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