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초대석]’北 외길’ 정세현 민화협 상임 의장

“수해를 입은 북한은 국가 위기상태로 봐야 합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대북정책의 수장인 통일부 장관을 지내고 이제는 민간통일운동기구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에서 상임의장직을 맡고 있는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 장관의 이 말이 나오면서 여야 정당을 비롯해 국내에서 수해를 입은 북한동포를 돕자는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최근 민화협 직원 및 소속 단체 등 40여명과 함께 국내의 수해지역인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한 그는 “국내의 수해도 심각하지만 우리는 복구능력이 있어 빠르게 복구를 할 수 있다”며 “북한은 우리의 3분의 1 정도에 그치는 피해로도 3∼4배는 더 복구가 어렵다”는 말로 북한 수재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정 상임의장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이어서 대북지원의 절박성에 대한 호소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관계라는 것이 국민감정만으로 대응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북한 수해에 대한 지원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그는 2004년 룡천역 폭발사고 때 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적으로 북한을 돕자는 여론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1월부터 2년 반 동안 장관직을 수행하다 민간단체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대한 느낌을 묻자 “민화협이 진보에서부터 보수까지 대부분의 단체를 망라하고 있어 나름대로 여론을 주도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각 단체의 입장을 조율하다 보면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수해지원에서 그동안 제기되어온 ’퍼주기’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아 다행이지만 최근 들어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문제를 놓고 국내적으로 갈등이 야기되는데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정세현 상임의장은 “마치 벌써 대통령 선거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왜 이 문제를 한미동맹의 문제로만 보려고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적 유연성이나 주한미군의 감축과 후방배치,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 등은 신속기동군화를 염두에 둔 해외주둔미군재배치(GPR) 계획이라는 미국의 구상에 따른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전시 작전권의 보유는 해외주둔미군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이곳저곳으로 배치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을 실현하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전시작통권을 ’시어머니의 곶간 열쇠’로 비유하면서 “시어머니가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려면 곶간 열쇠를 며느리에게 넘겨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전세계 분쟁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반도 전시 작통권은 족쇄인 만큼 동맹국으로 가풍을 익힌 며느리격인 한국 정부에 넘겨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상임의장은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에 대해 비판하는 전직 국방장관에 대해 “도대체 우리나라가 자주국방을 하겠다면서 퍼부은 국방비가 얼마인데 아직까지 북한의 위협을 운운하면서 작통권 단독행사를 시기상조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직까지 우리 군이 북한보다 열세라면 그 분들은 장관을 하면서 그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외교.안보문제를 둘러싼 국내의 갈등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던 정 상임의장은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클린턴 행정부까지 북한은 미국이 싫어하는 카드를 꺼내드는 ’벼랑 끝 전술’로 재미를 봤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전의 미국 행정부와는 다르다”며 “북한도 대미요구 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의 80% 수준에서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년 반이라는 긴 시간 통일부 장관으로서 참가했던 장관급회담에 대한 소회를 묻자 “핵 문제가 터지고는 회담의 70%는 핵 문제와 관련한 대북 충고와 권고로 채워졌었다”며 “회담 파트너로는 김령성 전 단장이 내 말을 진지하게 듣고 유연하게 대응해줬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정 상임의장은 회고록을 쓰기에는 아직 젊고 학술적인 책을 쓰면 학자들이 손가락질을 하지 않겠느냐면서 후학들을 육성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화여대에서 석좌교수를 맡고 있는 그는 “이제 통일문제는 남북정상회담 등을 거치며 담론의 수준에서 현실의 수준으로 내려왔다”며 “통일을 만들어갈 차세대인 학생들에게 현실감각을 갖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펼쳐보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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