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두보 황보혁] “南 대학생, ‘북한 까막눈’이에요”

▲ 환하게 웃는 <통일교두보> 황보혁 회장

“지금의 평화번영정책은 너무 이상적이에요.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교두보> 회장을 맡고 있는 황보혁(25)씨. 한국에 입국한 지 5년됐다. 지금은 고려대 3학년에 재학중이다.

황보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통일교두보>(http://www.nsk21c.co.kr/)는 탈북 대학생들의 모임이다. 먼저 남한에 정착한 선배로서 나중에 온 후배 탈북자들이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가 겪은 남한 사람들, 그리고 탈북 대학생들의 대학 ‘정복기’를 들어봤다.

27일 저녁부터 황보씨가 다니고 있는 고려대에서는 <한총련>이 주최하는 ‘5월 한마당(과거 출범식)’이 열린다.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대학생들이 교정을 활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을 북한에 보내줬으면 합니다. 거리에 시체가 나뒹구는데 어떻게 그런 사회를 동경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북한을 하루만 제대로 체험한다면 생각이 바뀌겠죠.”

그는 일부 대학생들이 북한은 남한과 다르게 ‘평등한 사회’라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쓴웃음만 나왔다고 한다. 그는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너무 모른다고 말한다.

“북한 주민들은 먹고사는 것만도 힘들어 해요. 빈부격차도 물론 심하지요. 평등한 사회? 착각은 자유겠지만 도대체 말이 안됩니다.”

황보씨는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너무 이상적입니다. 북한은 계속 세습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북한은 스스로 변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북한에 할 이야기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보위부에서 동조만 해준다면 민중봉기도 가능”

그는 자기 나름의 북한 문제 해결책도 제시한다.

“정부가 중국 내의 탈북자를 통일에 이용할 필요가 있어요. 국경지대를 통해 중국과 내왕하는 북한주민들이 많이 있고 이들이 북으로 가는 유일한 정보통로죠. 그 정보는 체제를 바꾸는 무기가 될 겁니다. 그 파장은 정말 클 거에요. 여기에 보위부에서 동조만 해준다면 민중봉기도 가능하리라고 봐요.”

한마디 덧붙인다.

“이들을 정부가 지원해야합니다. 이들이야말로 북한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힘이거든요. 그런데 정부는 반대방향으로만 가고 있으니…참…”

그는 북한 주민을 위해서는 정부가 정권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자신했다.

이야기 주제를 탈북자들의 대학생활로 바꿨다.

탈북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학에 진학했다. 이들의 대학 적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황보씨는 적응에 실패하고 대학을 떠나는 친구들도 여럿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졸업장을 쥐기 위해 도서관에서 땀을 흘리는 탈북 대학생들이 훨씬 많다고 그는 말한다.

“친구들과의 대화에도 쓰는 용어가 달라 알아듣지 못하는 말도 많았어요. 또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는데 1, 2학년 때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 고민도 많이 했죠. 지금은 대화하는 데 문제없고 성적도 제법 나와요.”

황보씨 원래 고향은 함북 종성. 그는 식량난이 심각해진 1997년 국경을 넘었다. 중국에 잠시 머물다 동남아를 거쳐 2000년 일가족 모두 함께 입국했다.

“그 땐(식량난 시기) 시체가 거리에 널려 있었어요. 트럭이 와서 싣고 가 한꺼번에 묻기도 했죠. 비참했어요.”

그는 중국에 있을 때 남한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입국 결심을 했다고 한다.

남한에 대한 첫인상이 궁금했다.

“처음엔 별천지 같았죠. 지금도 그렇구요. 대학에 와서 여자들이 담배 피우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죠. 아직도 그렇긴 하지만 여자친구가 저보다 담배를 더 많이 피워요.”(웃음)

남한은 별천지, 나도 별천지 사람 됐다

황보씨는 돈을 벌고 싶어 경영학과에 지원했다고 한다. 경영학과에 특히 발표수업이 많아 에피소드도 많았다.

“파워포인트를 주로 이용하는데, 많은 학생들 앞에서 서려니 떨리더라고요. 그러면 말이 빨라지고 저도 모르게 북한 사투리가 나와요.(웃음)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고 멍할 때가 있죠. 지금은 예전보다 좋아져 나도 이제 ‘대학생’임을 자부할 수 있어요.”

그는 앞으로 탈북자 권익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탈북 대학생들끼리의 친목ㆍ화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교두보>를 활성화시키고, 북한 바로 알리기, 탈북자들의 권리 찾기, 자원봉사에도 힘쓰고 남한 대학생들과도 연계해 문화교류도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교두보 운영 계획도 밝혔다.

“회장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집행부가 아직 구성되지 않았어요. 5월이 가기 전에 집행부를 구성해 하나하나 추진해야죠.”

“경영학과에 들어 온 만큼 열심히 배워 취직하고, 투자금이 모이면 개인 사업을 할 거에요. 그리고 탈북자들의 정착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소수이지만 언제나 ‘소수’ 일 수만은 없잖아요. 탈북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통일을 앞당기는데 노력을 다할 겁니다.”

탈북자를 ‘새터민’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황보씨를 비롯한 탈북 대학생들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에서 그들은 진정한 새터민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사람좋은 웃음을 가졌다. 그 웃음이 탈북 대학생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해진다.

강창서 대학생 인턴기자(고려대 북한학과 4학년)kcs@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