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6일 북한이 핵신고 약속을 뒤늦게 나마 이행하자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을 앞으로 45일 이내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핵신고에 따른 검증 과정에서 충실하게 협력을 하면 오는 8월11일 테러지원국 명단의 굴레에서 1988년 1월 지정된 이후 20년 7개월여 만에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미 국무부는 북한을 1987년 12월 김현희 등 북한 공작원들에 의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직후인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뒤 지난 4월30일 연례보고서에까지 북한을 이란, 쿠바, 시리아, 수단 등과 함께 테러지원국 명단에 계속 올려 놓았었다.
그동안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제재 조치에 벗어나기 위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그동안 끊임없이 요구해왔고 그 과정에서 해제 가능성도 여러 차례 제기돼왔다.
특히 2000년 들어 해제 가능성이 크게 대두됐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이후 13년여 동안 주목할만한 테러지원 행위를 한 적이 없었고 96년3월 이스라엘 폭탄 테러사건과 98년8월 탄자니아 및 케냐 주재 미국대사관 폭탄테러가 각각 발생했을 때 외교부(현 외무성) 대변인이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0년 3월 북미 테러전문가 회담이 열린 것도 정상 참작의 중요한 이유로 지적됐었다.
미국은 그 이후에도 북한에 대해 KAL기 폭파와 일본인 납치사건, 적군파 보호 등을 이유로 번번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에서 보류했고 지난 4월30일 연례 테러보고서에서도 북한을 예년과 같이 테러지원국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올 들어 미 국무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북한의 비핵화, 다시 말해 2.13 합의에 따른 ‘완전하고 정확한’ 핵프로그램 신고와 연계시키겠다며 핵신고와 동시에 테러지원국 지정 삭제 조치에 돌입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힘에 따라 어느 해보다 연내 테러지원국 지정 삭제 가능성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 국무부는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병행하고, 미 국내법 규정에 따라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의사가 있음을 거듭 확인한다”고 밝혔었다.
이는 또 작년 보고서에서 나온 “2007년 2.13 합의에 따라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는 과정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보다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용의가 더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핵신고에 따른 검증 협력이 중요하다고 미국이 거듭 주장하고 있어 45일 만에 반드시 삭제조치가 단행될 것이라고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긴급기자 회견에서는 북한의 핵신고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무엇보다 철저한 검증이 뒤따르고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상응한 대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강조하면서 이번에 착수한 테러지원국 리스트 삭제조치에 따른 북한의 약속 이행 수준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전면 백지화될 수 있음을 북한에 다시 한번 상기시켰기 때문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