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만시대③] “탈북자 밀집 지역은 집값이 떨어진다는…”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 본격적으로 유입돼 주요 구성원으로서 자리잡기 시작한 지 15년이 지나가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탈북자들의 이주 역사는 사회 제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체와의 협력의 역사이기도 했다.

정부는 거주지 지원 및 취업 지원 정책으로 지역사회에 빠르게 흡수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또한 지역 복지관과 자치센터등을 통해 정착 지원을 위한 교육 및 상담, 복지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이같은 민과 관의 노력의 결과 초기와 달리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지만, 아직도 지역 주민들과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못하고 때론 서로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사이에는 여전히 편견과 차별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거주지역 등에서 탈북자들을 바라보는 편견 여전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는 탈북자들이 1000여 명 가까이 모여 살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이 하나 둘씩 이곳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은 탈북자들 집단 거주지가 됐다. 

탈북자들이 다수 거주하면서 지역 사회에서는 언제부턴가 작은 분쟁들이 생기게 됐다.

논현동에서만 24년을 지내온 김모(65) 씨는 “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 같이 사는데 보기에도 좋지 않고 말을 해도 잘 듣지 않아. 밤에 고성방가도 너무나 심하다니까”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탈북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많다. 탈북자들 중 상당수가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다다 보니 일용직이거나 식당 아르바이트가 많다.  

이 지역 주민 손모(44) 씨도  “옆집에 탈북자가 사는 것을 뻔히 아는데 밤마다 짙은 화장을 하고 나가는 모습이 자주 목격이 된다”면서 “밤에 그렇게 나가면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냐”고 말했다. 

탈북자 지원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는 “이런 일부 사람들의 모습이 탈북자 전체의 모습으로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지역주민들의 인식을 악화시키곤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탈북자들이 대거 몰려있는 임대아파트 단지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서울의 한 탈북자 밀집지역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탈북자들이 유입됨으로써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고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며 입주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인천 삼산사회복지관 박경남 사회복지사는 “지난 10년간 서로를 이해하는 의식의 변화 없이 문제만 심각히 누적되어 왔다”고 말했다.

박 사회복지사는 “탈북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은 대부분 임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기 때문에 남한주민들도 영세한 분들이 많다”며 “그들의 눈에는 탈북자들에 대한 정부의 혜택이 많다는 이유로 불만과 시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 외에도 탈북자라는 구조적인 한계점으로 인해 남한주민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변광영 희망나눔연대 대표는 이러한 문제가 “서로에 대한 이해심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 대표는 “탈북자들이 살아왔던 환경과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문제가 크다”며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쓰레기 분리수거와 고성방가 등은 극히 일부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탈북자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인식이 확산 되어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 간에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을 풀어낼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탈북자들이 반상회나 지역 동호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편견들을 바로잡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북자 꼬리표 득인가 실인가?

탈북자들이 지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살아온 환경의 차이와 함께 탈북자라는 존재가 가져오는 여러 장벽들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권성철 방화6사회복지관 과장은 “탈북자라는 꼬리표가 사회적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권 과장은 “탈북자들이 정착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탈북자들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매우 부족하다. 지금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확산 되고 있지만 탈북자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는 그렇지 못하다. 탈북자들의 위치는 다문화도 남한의 문화도 아닌 애매한 경계지역에 서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탈북자라는 신분을 감추고 조선족이라고 말하면 취업이 더 잘 될 지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탈북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온전하게 자리잡기 힘든 구조적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지역단위의 ‘상호 이해 프로그램’ 활성화해야

이처럼 탈북자들이 지역사회 주민들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야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는 탈북자들이 남한에 쉽고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취업 교육과 지원에만 몰두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이들을 받아들여 함께 살아갈 지역주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일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지역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들도 탈북자들이 거주지에 처음 적응하는 단계나 취업 소개 등에 머물러 있다.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어울릴 수 있는 사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전문가들은 탈북자들을 위한 사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벌여지고 있고 정확한 매뉴얼이나 체계가 없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 해는 예산이 배정 되었다가도 다음해가 되면 예산이 사라지게돼 사업의 연속성이 없고, 담당 업무자 위주의 사업으로 진행 되다보니 담당자가 바뀌면 사업 내용이 달라지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실제 서부하나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2010년 들어 진행한 사업은 북한음식나누기, 북한 사진전 등의 지역행사로 한정되었으며 이마저도 천안함 사건 등으로 인해 북한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해 현재는 잠정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권 과장은 “지역에 위치한 하나센터가 장기적으로 지역사회 통합 프로그램을 내다보고 그 거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통일을 대비해서라도 통합프로그램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통합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자체적으로 통합운동이 일어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복지관이나 사회단체들이 통합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실제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들간의 ‘상호 이해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주민들과 탈북자들사이에 나타나는 문제는 작고 사소한 것들로 서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접촉을 늘리게 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를 예로들어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동독과 서독 주민들이 함께 할수있는 문화강좌나 조기축구 등을 통해 서로간의 장벽을 없애는데 일조했다”며 “이는 지역의 가장 작은 단위가 나설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 학교나 동, 반 또는 어머니회, 시민단체 등의 작은 모임 차원에서 소통하는 지역커뮤니티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도 이같이 작은 단위에 돌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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