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의견] “김정일 정권 무너져도 대량난민 없다”

▲ 외교공관의 담을 넘고 있는 탈북자들

요즘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걱정은 최근 북핵문제의 안보리 회부 움직임 등 북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장차 북한이 붕괴되어 대량난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 전 독일에 가서 “우리는 북한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 탈북자들은 남한 사람들의 이 같은 걱정이 ‘좀 우습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김정일 독재정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대량 탈북자들이 발생했는데,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면 북한 주민들이 모두 만세를 부를 일이지, 어째서 고향을 버리고 대량난민이 발생하겠냐는 것이다. 현재 남한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조차도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는데, 왜 북한 사람들이 남한으로 물밀듯이 내려오겠냐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에 덧붙여 “북한 정권의 붕괴는 남북한이 다같이 망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200조 원이 넘는 통일비용은 남한 몫”이라며 이상한 ‘바이러스’까지 퍼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일 정권 아니면 탈북 안 한다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면 남한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과연 북한 사람들이 괴나리봇짐을 지고 남부여대(男負女戴) 해서 물밀듯이 남한으로 밀려올까? 그렇지 않다. 왜 그렇지 않은가.

첫째, 북한 주민들이 왜 탈북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국내 연구기관이 <하나원>에서 교육 중인 탈북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에 의하면, 탈북 원인이 김정일의 반인민적 정책과 군사독재(선군정치) 때문에 참다못해 나왔다는 답이 전체의 90% 이상이다.

탈북자들은 한결같이 “고향에서 밥술이나 먹고, 가정이라도 있었다면 무엇 때문에 낯선 땅으로 나왔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것이 탈북하게 된 실체적 진실이다.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고 북한이 개혁개방되면 잘 살게 된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은 다 알고 있다.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면 탈북할 중요 원인이 소멸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북한 사람들이 홍수처럼 터져 나오겠는가. 오히려 홍수처럼 터져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북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간단명료하다. 김정일이 망하면 고향에서 안 나오고, 김정일 정권이 계속 탄압하면 나온다는 것이다. 김정일 수령독재 정권 때문에 탈북한다는 말을 못믿는 사람들은 정말 북한에 가서 한 달만 살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수령독재의 그 지독한 감시와 통제를 한 1주일만 당해보면 아마도 다시는 북한에 가지 않겠다고 할 것이다.

북한 사람들 고향을 잊지 않는다

둘째, 북한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설령 고향을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가려는 귀환심리가 강하다. 90년대 중반 수십만 명이 먹을 것을 찾아 중국에 갔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것을 떠올려보면 이를 알 수 있다.

6.25 전쟁 때 남한에 온 실향민들이 명절이 되면 통일전망대에 올라 합제(合祭)를 지내고 고향을 향해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들은 그 생생한 실례가 된다. 반백 년 긴 세월 돌아가지 못한 아픔이 구천에 사무쳐 한줌의 흙이 되어도 찾아가고 싶어하는 곳이 그들의 고향이다.

셋째, 현실적인 문제로서,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적응문제와도 관련된다. 학연, 지연, 혈연이 없는 탈북자들은 남한에서 적응하기 어렵다. 더욱이 남한과 같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탈북자들이 설 자리는 극히 제한돼 있다.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면 북한 주민들은 이 같은 사실을 더 빨리 알게 될 것이며, 이 때문에 고향을 떠난다는 것이 더 부담스럽게 된다.

북한 붕괴되면 탈북자들도 돌아간다

넷째, 남쪽 사람들이 북한을 좀 안다고 해도 북에 고향을 둔 탈북자들만큼은 잘 모른다. 남한 거주 탈북자들 자신이 북한으로 들어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통일이 되면 북한에 들어가 가장 효과적으로 활동할 사람들 역시 남북을 다 경험한 탈북자들이다. 탈북자들은 남한의 선진적인 기술을 북한에 전파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정일 정권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면 북한 주민 일부는 남한으로 오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물밀듯이, 홍수처럼 밀려들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또 일정 기간 남북한이 서로 ‘비자’ 받고 올라가고, 내려오도록 정책을 세우면 일부의 난민도 막을 수 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북한 실정도 잘 모르고, 또 탈북자들의 심경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머리 속에서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며, 향후 평화적인 통일에도 전혀 도움이 안될 뿐이다.

황철수(함북 출신 2001년 입국)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