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기고] 이제 공은 탈북자에게 넘어왔다

▲영등포구 남부고용지원쎈터에서 취업훈련 교육을 받고있는 탈북자들

정부의 탈북자 정책이 적극적인 사회참여 및 구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한마디로 기존의 “물고기를 잡아서 주던 정책에서 지금은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알려주는 정책으로 바뀌는 것이다.

통일부는 탈북자에 대한 정착지원금을 현재 주택담보대금 1천만원을 뺀 나머지 1천만원(독신1인 기준)을 600만원으로 축소하고 1년 이상 취업을 했을 경우 지급되는 취업장려금을 현행 3년간 900만원에서 1천500만원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한이탈 주민 지원정책 변경방안’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또 탈북자를 고용한 사업장(회사)에 지불임금의 절반을 국가가 지원하는 고용지원금 제도의 적용기간을 기존의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탈북자 취업 상담을 위한 ‘자립지원종합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우리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를 더욱 빨리 알고 현실에 적응해 살아가도록 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부의 정책도 당사자인 우리 탈북자들의 자활노력이 없다면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말라”는 옛 사람들의 말이 있다. 이사회에서 적극적으로, 그리고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살지 않는다면 우리 탈북자들을 받아주고 도와주는 한국정부와 국민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일이다.

필자는 한국에 온지 1년밖에 안 되는 이 사회의 초년생이다. 하지만 1년 사이 한국에 대해 새롭게 많은 것을 알게 됐다. 한국은 우리 탈북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만만디한 나라가 아니다.

‘직장 적응할수록 불만이 커져’

탈북자 사회적응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나올 때 나름대로의 큰 포부와 자부심이 있었다. 당시에는 한국사회에 얼마든지 적응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생각했다. 이런 자신감으로 나와서 얼마 안돼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여러 곳에 이력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력서를 보내고 나서 몇 일 후 한 여행사로부터 소식이 왔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배운 지식이 있는데 설마 일할 자리가 없겠냐는 배짱으로 별 준비 없이 면접장소로 향했다.

예상대로 별 문제 없이 여행사에 취직해 영사부 에서 전공을 살리면서 열심히 일을 하였다. 당시 급여는 3개월 수습기간 1백만원 수준이었다.

여행사에서 두 달 동안 일 하면서 나름대로 자신감도 가졌다.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회사에 대한 불만도 함께 커가는 것을 느꼈다. 자꾸 다른 회사들과 비교하면서 딴 회사는 복지시설이 좋다는데 여기는 왜 이러는가, 낸들 실력으로 어딘들 못 가겠느냐는 가벼운 생각을 가졌다.

회사에 대한 불만은 자꾸만 쌓여갔다. 마음이 회사를 떠나니 일에 신명도 나지 않고 하는 일마다 짜증이 커졌다. 결국 2개월 만에 회사를 사직했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집에서 며칠 쉬면서 새롭게 취업준비를 했다. 매일 수십 통의 이력서를 보내면서 회사들의 면접소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수십 통의 이력서를 보내봤지만 연락이 오는 회사는 한곳도 없었다. 간혹 연락이 와서 면접을 봐도 북한사람이라는 호기심으로 몇 마디 물어 보고는 집에 가서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현실에 맞는 사람돼야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현실을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현실이었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고통과 후회 속에서 다시 용기를 내 수십 통의 이력서를 보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스스로 학문이 높고 폭넓은 지식이 있다고 자신했지만 한국의 문턱은 너무 높았던 것이다. 이러한 조급함은 조금씩 실망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실망이 커지면서 우울증에라도 걸릴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것 같은 느낌에 자신감마저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뜩 필자는 자신을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이곳의 현실에 맞는 사람이 되자. 그래서 쥐뿔도 없으면서 오만하고 잘난 체 하던 모습을 버리자. 그리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자. 이렇게 한심한 ‘공주병’에 걸려 있는데 이 나라의 어느 회사에서 받아 주며 설사 입사해도 얼마나 잘 일할 수 있겠느냐 하는 생각이 떠 올랐다.

여기는 북한도 중국도 아닌 한국이다. 환경과 문화, 가치관을 포함하여 필자가 태어나고 살던 곳과는 많은 것이 다르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학문이 높아 봤자 얼마나 높고, 아는 게 있으면 얼마나 많이 알겠는가, 이 땅에서 정착하려면 모든 것을 새롭게 배우고 시작해야 하는 법. 이후 필자는 이 땅에서 생존을 위해 자신부터 바꾸기로 결심하고 노력했다.

아무리 좋은 비단도 어떤 용도에 어떻게 쓰이는가에 따라 소중한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하나의 천 조각에 불과할 수 있다. “여기 없으면 나를 받아 줄 회사가 없겠냐며” 회사를 뛰쳐나오고 나서야 많은 후회와 번뇌를 거듭하며 나의 결점과 부족함을 발견하였고, 필자가 취업을 할 수 없는 원인을 찾은 것이다. 지금은 작은 무역회사에서 수출입관련 업무를 보며 자신과의 변화를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

작은 직장 다니며 자신의 변화를 위해 노력

세금 한푼 낸 적 없는 우리 탈북자들을 대한민국 정부는 동포애의 따뜻한 사랑으로 맞이해주고 환영해 준다. 또 우리가 이 땅에서 살 수 있도록 정착금이라는 적잖은 금액과 일반 주민들은 생각도 못할 저렴한 비용에 좋은 아파트를 주거지로 공급해준다. 그리고 우리 탈북자들이 어떻게 하나 이 땅에서 잘 살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정부정책을 만들어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정책은 열심히 일하는 탈북자와 그렇지 않은 탈북자를 구분하여 정부의 지원금도 차등 지급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일종의 성과급제도라고 볼 수 있다. 여기는 우리가 과거에 살던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다. 많이 일하든, 적게 일하든 그 대가를 똑같이 나누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곳은 우리가 원해서 선택한 자유민주주의 사회이다.

회사가 탈북자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투정하고 불평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에는 우리 탈북자들보다 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우리 탈북자들이 어렵게 사는 우리의 이웃들을 생각하고 현재 한국정부와 국민들이 우리 탈북자들에게 주는 지원을 고맙게 생각하고, 그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할 때가 온 것이다.

과거 중국에서 집도 없고 고정된 직업도 없이 불법월경(탈북자)자라는 이유로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쫓겨 다니며 숨어살던 우리들이다. 하물며 동남아와 중국에서 온 불법체류자들도 코리아 드림을 꿈꾸면서 돈 벌어 고향 가는 이 땅에서 우리 탈북자들이라고 잘 못살 이유가 없다.

이번에 나온 정부의 정책이 헛된 정책이 되지 않도록 우리 탈북자들도 좀더 적극적으로 취업전선에 나서 하루빨리 국가의 도움에서 벗어나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한국정부와 국민은 우리 탈북자들에게 거주지와 정착금, 좋은 취업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이는 낚시꾼에게 낚싯대 와 물고기가 많은 호수, 그리고 고기 낚는 방법까지 가르쳐준 상황이다.

오랫동안 아님 영원히 국가의 도움이나 지원을 받고 살지, 아니면 지금의 좋은 환경을 이용하여 스스로 살아가는 평범한 이 나라의 국민이 되든지 선택은 우리 탈북자들에게 있다. 공은 이제 우리 탈북자들에게 넘어왔다.

김명희 / 탈북자(2005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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