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사회 10년] ②자립의지 부족

“아무리 국가가 정착지원을 해줘도 탈북자들의 의지와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지나가다’라는 이름의 한 네티즌이 탈북자관련 사이트에 올린 글이다.

취재 과정에 만난 탈북자 정착지원 업무 민.관 관계자들은 상당수 탈북자들이 정부의 정착지원금을 받은 뒤에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장려금이나 보조금으로 ‘놀고 먹는’ 경향이 있다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일부 탈북자들이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고 정착금도 많이 준다고 해서 남한에 왔으니, 일 안 한다고 비난하지 말라’고 말할 때는 기가 막힌다”고 털어놓았다.

대한적십자사와 적십자학원이 2006년초-2007년말까지 국내 정착 탈북자가운데 7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중 8명 꼴로 건강상태나 취직난 등의 이유로 직장을 갖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윤여상)가 지난해말, 입국 5년 이내 탈북자가운데 4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실업률이 일반 실업률에 비해 6배 이상 높은 22.9%로 나타났다.

70여명의 탈북자가 거주하는 한 지방의 경우 취업한 탈북자는 단 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착지원기관 관계자는 “한적의 자료는 입국 초기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북한인권정보센터 설문 결과는 탈북자들의 취업 의지가 약하고 3D업종을 기피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부 탈북자들은 ‘한달에 100만원 정도 밖에 못 버는데 왜 일하느냐’며 정부의 복지혜택만 찾아다니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에 100만원도 채 못 받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돈을 우습게 여기면서 편하고 돈 많이 주는 일자리만 찾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탈북자는 “목숨 걸고 국경을 넘었는데, 내가 왜 여기 와서 고생해야 하며 남한 사람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서 일해야 하느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상당수 탈북자들은 생산직에 취직했다가도 1∼2개월만에 여러가지 이유를 내세워 그만 둔다.

2005년 입국한 탈북여성 A씨는 하나원 출소 후 6개월간 지원금으로 정착을 준비하다 식당에 취업해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생활한다”는 박수를 받았으나 한달 일하고는 힘들다며 그만둔 뒤 장애판정 진단서를 끊어 월 60만원의 지원금과 유흥업소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다.

40대의 한 탈북자는 입국 3년이 지났지만 한 차례도 취업하지 않은 채 병원 진단서를 제출해 보조금을 타면 중국에 가서 한달반 정도 흥청망청 써 버리고 다시 국내로 들어와 진단서를 떼어 보조금을 타서 중국으로 가 유흥을 즐기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탈북자 4-5명이 교회 등 종교단체에 찾아가 1인당 20만원씩, 총 80만∼100만원을 받아 이 돈을 술집에서 탕진하는 사례들도 있다.

대한적십자사 한 관계자는 “고용주들은 탈북자를 고용하면 시키는 일 외에는 스스로 찾아서 하는 일이 없고 그래서 시키면 ‘왜 나만 시키느냐’며 차별한다고 대들곤 하고, 조금만 야단치면 뛰쳐나가버려 (탈북자들을) 안 쓰려 한다”며 “차라리 조선족을 고용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한다”고 전했다.

남한에 성실히 정착한 탈북자 J씨는 “안면있는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부탁해 탈북자들을 취직시켰는데, 열흘도 안 돼 무단 결근하거나 걸핏하면 아프다거나 개인 사정이 있다는 핑계로 결근하고, 시키는 일도 제대로 안해 다시는 취직 부탁을 하지 말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민간단체 관계자들과 경찰관들 중에는 “탈북자들이 일은 안하고 매일 모여서 놀기만 하고 밤에는 술 마시고 싸우면서 소란을 피워 동네주민들이 112에 신고한 일도 적지 않다”고 개탄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탈북자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도 단체활동을 명목으로 정부나 사회단체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쉽게 살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탈북자들의 정착 의지 부족은 다단계 사업이나 절도, 마약 등 각종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가 1억6천만원 어치의 히로뽕을 중국 칭다오에서 구입해 국내로 들여온 뒤 서울 대림동 마작 도박장에서 중국인에게 팔려던 탈북자 김모(42.여)씨가 남편 오모(41.조선족)씨와 함께 지난 5월 구속됐고, 6월에는 중국 조선족으로부터 공급받은 2천200만원 어치의 히로뽕을 판매한 탈북자 한모(30), 유모(42.여)씨가 구속됐다.

1993년 입국한 대남 공작원 출신 안모씨는 입국 직후 국내 유수의 공기업에 입사했으나 “북한에 있을 때 납치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를 직접 봤다”는 증언으로 일본에서 유명세를 타자, 퇴사하고 목돈 벌이가 되는 증언 활동에 나섰으나 신빙성 문제로 방송 출연이 중단되자 마약에 손댔다가 작년 8월 검거돼 중형을 선고받았다.

입국한 지 2년도 안된 탈북자 2명이 올해 2월 1억7천만원 상당의 히로뽕을 중국에서 들여왔다가 구속됐는가 하면, 다단계 사업에 투자했다가 사기당한 탈북자 일가 3명이 작년 5월 5천여명 투약분의 마약을 밀반입하다가 적발됐다.

지난해 11월 일본 야쿠자 조직원으로부터 사업 자금 5억원 지원을 제안받고 마약을 국내로 들여오다 적발된 탈북자, 서울과 인천, 충남 등지의 퇴폐 이발소를 중심으로 판매망을 구축한 뒤 히로뽕을 들여오다 구속된 탈북자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탈북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한 지역의 경찰서는 올해 초 지역내 탈북자들에게 마약 범죄에 빠지지 말라는 주의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준오 박사와 청주대 사회학과 이정환 교수는 2006년 7∼9월 탈북자 214명의 범죄피해 경험을 설문조사해, 사업 및 투자관련 사기피해 가운데 상당수가 불법 다단계 사업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었으며 그 다단계 사기의 가해자 대부분이 탈북자 출신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탈북자 정착을 돕고 있는 한 경찰관은 “탈북자들이 체제와 문화가 다른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것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탈북을 강행할 만큼 고단했던 북한에서의 삶을 생각하면 이겨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정착에 성공한 탈북자와 실패한 탈북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착 의지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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