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사회 10년]⑦`눈먼 돈’ 많은 정착지원제

“탈북자 정착지원금에 눈먼 돈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들을 위해 운영되는 정착지원제도가 일부 ‘놀고 먹으려는’ 탈북자와 잿밥에 더 관심있는 일부 탈북 브로커나 단체들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는 1인 1세대 탈북자에게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 수료 직후 임대아파트를 구할 수 있는 주거지원금 1천300만원과 생활비에 해당하는 정착지원금 600만원 등 1천900만원을 지급한다. 정착지원금 600만원중 300만원은 일시금으로, 나머지 300만원은 6개월간 생계비조로 매달 50만원씩 지급된다.

수료 7개월째부터는 6∼12개월간의 직업훈련을 받을 때 직업훈련장려금이 1개월에 20만원씩 쳐서 훈련을 마친 후 240만원까지 지급되고, 1년 과정의 기능대학에 들어가면 수료 후 200만원을 받는다.

또 자격증을 취득하면 200만원의 장려금을, 취업 1년차 때는 450만원, 2년차 때는 500만원, 3년차 때는 550만원의 장려금을 받는다.

직업훈련을 받고 자격증을 딴 뒤 성실하게 회사 생활을 하면 입국 후 처음으로 받는 1천900만원의 주거.정착지원금을 빼고도 입사 3년차까지 총 2천140만원의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취업을 목표로 열심히 직업훈련을 받기보다는 그냥 훈련 수당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학원에 등록하고, 모자라는 돈은 필요할 때마다 아르바이트로 벌며 소일하고 있다.

한 정착지원 봉사자는 “학원에 눈도장만 찍고 취업교육 지원금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2004년 입국한 한 탈북 여성은 취업한 남편이 있음에도 지난 2년간 자신이 생계를 책임진 가장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6개월 코스의 똑같은 전산교육을 3차례나 받으면서 월 40만원씩 총 720만원을 받았다.

노동부 지정 국비 직업훈련기관에 나가면 여성 가장의 경우 급식비, 교통비, 가족부양비 성격의 직업훈련수당이 지급되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이 여성 탈북자는 “컴퓨터에 별 관심도 없고 일할 생각도 없지만 학원에 나가면 돈을 받을 수 있어서 다녔다”며 “여러 탈북자들이 같이 다녔다”고 털어놓았다.

정착지원 기관의 한 관계자는 “탈북자 대부분이 이미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안다”며 전산교육의 불필요성을 지적했고, 다른 관계자도 “상당수 탈북자들이 교육이나 취업에는 아예 관심 없고 그냥 돈만 받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탈북자들이 현재의 고용시장에서 비정규직마저 얻기 쉬운 게 아니지만, 아예 구직 노력을 하지 않는 탈북자들도 비일비재하다.

무직이어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서 생계급여를 월 36만원씩 받고, 1∼2개월 아르바이트를 하다 병원 진단서를 동사무소에 제출하면 아르바이트로 버는 액수에 준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국비지원 학원에 다니면 노동부로터 수십만원의 직업훈련 수당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착지원 기관 관계자는 “2003년 입국한 여성 B씨는 임신해 일할 수 없게 되면 지원금이 나오는 점을 이용, 임신진단서로 수개월간 매달 50여만원의 지원금을 받았고, 유산하면 50만원이 추가 지급되는 것을 알고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임신.유산을 3차례 반복하며 수백만원을 타냈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4대보험이 보장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언제 적성, 적응곤란 등으로 직장을 그만 둘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규직으로 취업하면 기초생활수급비마저 끊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탈북자 세대주에게 제공되는 임대아파트도 본디 취지에 어긋나게 이용되고 있다.

지방의 임대아파트를 받은 탈북 여성들이 조선족이나 남한의 저소득층에게 월세로 빌려준 뒤 자신들은 상경해 유흥업 등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다.

남녀 탈북자가 결혼하면 입국 당시 각각 받은 임대아파트중 한채는 정부에 반환해야 하는 것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파트 한채를 재임대하는 사례도 많다.

국내에 들어오는 탈북자가 한해 수천명으로 급증하면서, 탈북자들에게 지원되는 돈을 노리는 다양한 불.탈법 행위나 ‘탈북자 산업’을 낳고 있다.

제3국에 있는 탈북자를 입국시킨 뒤 거액을 챙기는 탈북 브로커의 활동이 조직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북쪽에 있는 가족에 대한 국내 탈북자들의 송금이 증가하면서 고액의 송금비용을 받고 대행하는 ‘업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정착지원 기관 관계자는 “중국에는 송금전문 조선족 브로커가 등장했다”며 “국내 탈북자가 전화를 걸어 주소와 돈받을 사람 이름, 송금 액수 등을 알려주면 브로커가 송금을 대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탈북자들로부터 들은 말이라며 “브로커는 송금액의 40%를 떼어내 30%는 본인이 갖고, 나머지 10%는 화교로 가장해 북한에 들어가 가족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조선족 행동대원에게 건넨다”고 전했다.

최근 탈북자들에 대한 초기 정착지원금을 줄이고 고용지원금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부의 정책이 방향을 틀자 고용지원금도 여러 부류의 사람들로부터 ‘먹잇감’이 되고 있다.

노동부 공무원이 2005년부터 유령회사를 차려 탈북자를 고용했다고 속여 고용지원금 5천만원을 받아 챙겼다가 지난해 10월 경찰에 적발됐고, 출판업을 하는 김모씨는 탈북자를 고용한 것처럼 꾸며 통일부에서 11개월동안 총 1천400만원을 타냈다가 지난 3일 징역형을 받았다.

건설업자가 탈북자와 짜고 고용지원금을 받아 챙기다 입건됐는가 하면, 탈북자 지원책을 잘 아는 탈북자들이 인터넷방송과 치킨집 등을 만들어 고용지원금을 부당하게 받다가 들통나기도 했다.

정부가 탈북자 정착지원 업무를 민간단체에 위탁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자, 역시 ‘이권’을 노린 민간단체들의 움직임이 이미 심상치 않다.

지난 2월 한 종교단체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구속된 하나원장의 사례가 대표적인 케이스.

정부 관계자는 “종교단체가 탈북자 교육업무의 민간단체 이전 등을 염두에 두고 하나원장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착지원 기관 관계자도 “지방의 각종 단체에서 탈북자 지원업무를 하겠다며 계좌를 만들고 모금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