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김일성 사망 12년…김정일, 미사일로 아버지 사망 축포?

7월 8일은 김일성 사망 12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날을 맞아 만수대 동상과 금수산 기념궁전(김일성 시신 보관)으로 주민들이 물밀듯이 찾아간다. 94년 김일성이 죽은 날부터 매해 명절 빼놓지 않고 시신을 찾아 헌화하고 참배해온 주민들이다.

김일성은 오늘도 거대한 시체궁전에 살아있는 듯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민족의 시조’를 모신다는 효(孝) 정신에 따라 미라로 처리되었지만, 죽은 아버지의 후광을 입으려는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건설된 것이다. 이를 관리하는 데 매년 수만금이 들어간다.

사금 캐서 바친 돈, 하늘로 날려보내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데,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우상화에 젖은 사람들의 가난에 찌든 생활이다. 일년에 쌀 밥 한 그릇 제대로 먹어보지 못하는 주민들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지 못하고 돌아간 어버이’를 추모하러 오늘도 가는 것이다.

6일자 노동신문에 김일성 동상앞에 학생들이 모여 추모모임을 가지고 ‘유훈 관철’ 맹세를 했다는 소식이 실렸다. 그럼 김일성의 유훈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주민들에게 쌀밥에 고깃국을 먹이는 문제였다.

이번 7월 8일은 주민들에게 아주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 같다. 5일 무더기로 발사된 미사일을 놓고, 당국이 ‘선군정치’를 자축하며 반미선전도 곁들여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 값만 해도 수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그 돈은 주민들이 손가락을 부르트면서 강에 나가 캔 사금을 판 돈이고, 산비탈을 헤매며 딴 송이버섯을 판 돈이다. 그런데 김정일은 쌀 사오는데 돈을 쓰지 않고, 하늘로 날려보내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미사일 발사로 초래된 경제제재의 고통을 고스란히 죄없는 주민들이 뒤집어 쓰고 또 굶주려야 한다.

아버지가 못다한 ‘유훈’을 아들인 김정일이 풀어줄 줄 알았는데, 아버지 제삿날마저 ‘미제 타도’를 외치게 되었으니, 참배하며 눈물을 흘렸던 사람들이 훗날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격분하겠는가,

7월 8일만 되면 생각나는 ‘배은망덕한 놈’

필자는 지금도 12년 전 사무실 강당에 차려놓았던 자그마한 TV앞에 주저앉아 김일성 사망에 눈물을 흘리던 생각이 떠오른다. 남한에 입국한 8천여 탈북자들도 상황은 비슷하리라 본다. 조기 띄우고, 동상에 헌화하고, 호상을 서며 그의 명복을 빌었던 사람들이다.

그랬던 그들이 북한을 뛰쳐나와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다. 강냉이 밥에 시래기국이라도 굶지 않고 먹으면 행복한 줄 알았던 바깥세상이 너무도 발전했고, 속아서 산 지난 생활이 분했기 때문이다.

지나온 12년은 북한주민들에게 있어 악몽 그 자체였다. 김일성이 죽자 김정일은 두문불출(杜門不出)의 ‘유훈통치’를 3년 동안 실시했고, 그로 인해 300만 명이 굶어 죽고 수십만 명이 살길을 찾아 해외로 뿔뿔이 흩어졌다.

‘애도 기간’ 내려진 금주령을 어기고 약주 한잔 입에 댔던 사람들은 ‘배은망덕한 놈’으로 몰려 추방되었고, 환갑, 결혼, 심지어 제사까지 금지시켜 3년 동안 식을 올리지 못하고 쓸쓸히 지냈던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7월 8일만 되면 생각나는 이 비극을 미라에 누워있는 김일성은 알고나 있겠는가,

황수남(41세, 2004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