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대학생 현장고발] 탈북자 안 만나고 北인권을 말해?

▲ 北인권국제회의장에서 반대시위중인 한총련

나는 북한에서 17년 동안 살았고, 지금은 남한의 대학에 다니고 있다.

나는 지난해 제네바에서 열린 제60차 유엔인권위원회에 참가, NGO단체들과 북한인권결의안 통과를 위해 로비활동을 했다. EU가 주도한 ‘북한인권결의안’이 53개 위원국들 중 찬성 29, 반대8, 기권 16표로 통과되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말하지만 나는 최근 남한에서 정말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지난 2월에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북한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서강대에서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주최한 <제6회 북한인권, 난민문제 국제회의>가 열릴 때 겪은 이야기다.

나는 북한에서 17년 동안 살았고 북한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탈북청년으로서 북한 사람들에게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국제회의 자원봉사자 신청을 하였다.

탈북자 한 명도 안 만나본 ‘통일운동’ 단체들

그러나 이런 나의 생각과는 달리 국제회의를 반대하고 저지하려는 한국의 일부 시민단체들과 대학생 단체들이 모여 기자회견과 세미나를 열었고 길거리 서명을 받고 나섰다. 이들은 “누구를 위한 북한인권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나는 그들이 왜 북한인권난민문제국제회의 반대성명을 냈는지, 또한 그들이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시민연합 간사님, 자원봉사자와 함께 세미나에 참가하였다.

2시간 동안 발표자의 강의를 듣고 있자니 탈북자로서 발표자의 발표내용 모든 것에 반발하고 싶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나 자신을 ‘탈북자’라고 밝히고 “강사님은 탈북자들을 몇 명이나 만나 보았으며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인권탄압을 받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대답이 기가 막혔다. 그 강사는 “탈북자를 만나본 적도 없고 북한에서 어떻게 인권유린이 자행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탈북자도 안 만나고, 북한인권 실태가 어떤지도 모르면서 도대체 어떻게 북한인권을 반대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황당했다.

나는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유린의 심각성을 말하려고 했지만, 진행자가 “너무 늦었다’며 나의 말을 막았다. 세미나가 끝나서 가려고 짐을 챙기고 있을 때 세미나에 참가했던 대학생들이 나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였다.

나를 통해 북한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대학생들이 고마웠고 그들에게 북한을 제대로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들은 눈에 힘을 주고 “여기까지 왔으면 조용하게 살아야지 왜 떠들고 다니냐?”, “통일하고 싶으니까 조용히 살자”고 말하는 게 아닌가.

나는 지금도 그 대학생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또 다른 학생은 “혁명의 배신자야!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라고 나에게 소리쳤다.

‘혁명의 배신자’? 북한 보위부가 하던 말 아닌가?

혁명의 배신자라?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전율했다. 나는 중국에서 한 번 잡혀 북송된 적이 있는데, 북한 보위부 감옥에서 조사를 받으며 안전원으로부터 “혁명의 배신자”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런데 한국의 서울에서 또 다시 이런 말을 들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3백만 명을 굶겨 죽이고 20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을 만든 김정일 정권이 북한 인민들을 배신한 것이지, 나는 사랑하는 북한 땅과 북한 사람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내가 ‘배신’했다면 김정일 독재정권을 배신한 것이다. 그 대학생들은 아직도 김정일 독재정권과 사랑하는 북한 땅, 북한 인민들을 구별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2박 3일간 세계 유명한 인권운동가들과 북한인권전문가들,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고 나서 북한에서 태어났고 북한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청년으로서 앞으로 내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통일이 되는 그날 북한에 남아 있는 친척들과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이 나에게 “너는 우리가 여기서 힘들게 고생하고 인간답지 못하게 살고 있을 때 남한에 가서 무엇을 하였냐?”고 물을 때, 나는 그들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탰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그들 앞에서 조금이나마 떳떳해질 수가 있을 것 같다.

인권이란 말조차 모르고 고통받고 있는 우리 북한 사람들에게 인권의 빛이 비춰지는 그 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강원철 (2001년 탈북. 한양대 경영학과 2년)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