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 스토리]‘10대원칙’ 어긋나 수용소에 간 삼촌

북한에서 가장 조심해야 될 것이 입이다. 말을 함부로 했다가는 자신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화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일에 관련한 말은 토씨 하나까지 신경써야 한다.

충직한 노동당원이던 필자의 삼촌은 김정일과 관련된 말 한마디 때문에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고, 가족은 산골오지로 추방돼 지금까지 고생하며 살고 있다. 여기서는 어떻게 그런 일이 있느냐고 하겠지만 이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북한에 정치범수용소가 있다는 말을 어떻게 믿느냐고 말하는, 북한사람보다 김정일에 더 충직한 철없는 남한사람들과 북한에는 왜 데모가 없느냐고 묻는 철부지 대학생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슬픈 가족사다.

1970년대 당시 북한은 여느 때보다 주민들에게 사상교양과 학습 등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사업을 강화했다. 특히 중앙당 조직비서로 당의 실권을 장악한 김정일은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이라는 것을 만들어 학습하도록 했다.

1974년 4월14일에 김정일은 김일성의 생일을 기념한 연설문에서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을 내놓았다. 10대원칙은 종전의 ‘당의 유일사상체계 수립과 관련한 몇가지 원칙’을 김정일의 직접적인 지도하에 수정하여 만들어 졌다.

이후 북한에서는 모든 주민들에게 10대원칙을 암송 통달하여 그것을 직장과 가정을 비롯한 모든 사회생활에 지키도록 했다. 또 노동당원들과 근로단체들을 통하여 10대원칙을 놓고 전군중적인 사상총화를 진행하도록 했다.

법보다 무서운 유일사상 10대 원칙

삼촌은 평안남도의 한 농촌에 사는 농민이었다. 그는 농장에서도 근면한 농사꾼으로 소문났고 노동당에도 일찍 추천돼 입당했다.

그는 리에서 협동조합이 조직될 때도 제일 먼저 조합원이 되었고, 조합 간부로 얼마간 일했다. 70년대 후반부터는 농장의 농산작업반장(협동농장 작업반 단위)으로 일했다.

1976년 여름 어느 날 그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작업반 농장원과 이런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다.

작업반원이 “지도자 동지(김정일)가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아버지인 김일성보다는 못하지 않은가?”라고 말하자, 삼촌은 “그럼 아무리 지도자 동지가 위대하다 해도 수령님과 비교할 수 없지”라고 말했다.

며칠 후 필자의 삼촌은 당시 군 정치보위부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며칠 전 작업반원과 나누었던 대화를 문제 삼아 보위부는 삼촌을 정치범으로 몰아 세웠다.

평소에 삼촌에 대한 앙심을 품고 있던 그 사람은 일부러 그런 질문을 했던 것이다. 순박한 삼촌은 아무 생각 없이 답변을 했는데 작업반원이 보위부에 신고하며 일이 커졌다.

‘당중앙’ 권위훼손, 정치범수용소 ‘닫긴 구역’으로 끌려가

삼촌은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 10조 5항에 어긋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범으로 몰려 재판도 없이 평안남도 북창군 득장로동자구에 있는 정치범수용소로 끌려 갔다.

10대원칙 10조 5항은 “당중앙(김정일)의 권위를 백방으로 보장하며 당중앙을 목숨으로 사수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삼촌은 감히 김일성과 김정일을 비교하여 ‘당중앙’의 권위를 헐뜯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범수용소 내 특별구역인 ‘닫긴 구역(완전통제구역)’에 들어가 지금까지 생사 여부를 모르고 있다.

득장지구 정치범수용소는 수감된 정치범들을 탄을 캐는 일에 동원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삼촌의 나이는 40세 갓 넘었다. 슬하에 2남2녀를 둔 평범한 농민이었지만 지금은 생사도 알 수 없는 신세가 됐다.

삼촌의 가족들도 살던 곳에서 추방돼 평안남도 맹산군의 깊은 산골로 쫒겨나 지금까지 고통속에서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촌의 친척 대부분이 그 문제로 각종 제한을 받았다. 이것이 북한의 연좌제 현실이다.

필자는 얼굴도 모르는 삼촌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배치를 받을 때 ‘토대'(성분)가 나쁘다는 이유로 산간오지의 광산으로 발령을 받았다.

아직도 북한 곳곳에 있는 정치범수용소에는 거의 20만 명의 정치범들이 수감되어 짐승보다 못한 인권유린을 당하며 죽어 가고 있다.

그들중 많은 사람들은 삼촌처럼 북한의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김정일이 만들어낸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에 어긋난 발언이나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 없이 수감됐다.

하루 빨리 김정일 정권이 무너져야 삼촌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고, 수감된 수십만 명의 정치범들이 자유의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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