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의 눈] 김계관 부상 강경발언의 3가지 의도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해제하지 않자, 북한이 6자회담 불참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3일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6자 회담이 늦어져도 나쁘지 않으니, 우리는 그 사이 더 많은 (핵)억제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궁지에 몰릴수록 큰 소리를 치는 구태가 여기서도 드러나고 있다.

김 부상은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계좌에 동결된 북측 자금을 회수해야만 6자 회담에 나가겠다는 말까지 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작은 것에 연연한다며 김 부상과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번 도쿄회동을 통해 미국의 금융제재를 피해보려던 북한의 전술도 물 건너 갔다. 북-미간 마찰이 향후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최근 북한은 미국과의 대결을 군사적 강경대응과 유화전략, 주민들을 동원한 자력갱생으로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유화전략 견지에서 볼 때 북한이 이번 동북아시아 협력대화(NEACD)에 걸었던 기대도 적지 않았다고 본다. 북한 역시 6자회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회의를 향후 금융제재 해제와 핵 도박의 좋은 기회로 전망했을 것이다.

북미간 회동이 불발됨에 따라 김 부상은 방코델타 아시아(BDA) 은행에 동결된 2천 4백만 달러라도 내놓으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국제여론 반전, 시간벌기가 목적

김 부상의 발언에는 북한당국이 의도하고 있는 바가 몇 가지 드러난다. 그 부분을 짚어보자.

첫째, 미국의 금융제재를 초기 단계에서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BDA에 묶여 있는 외화는 노동당 39호실에서 관리하는 김정일 통치자금이다. 만약 BDA에 대한 조치부터 북한이 수그러들 경우, 미국의 향후 조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는 계산이 있다. 이것은 치명타다. 상대방의 기를 먼저 눌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보인다.

둘째, 국제적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의도다. 김 부상의 발언은 ‘우리는 회담에 나갈 의향이 있는데, 미국이 제동을 걸어 못 나간다’는 뜻이다. 외신들을 모아놓고 언성을 높인 것을 보면 여론에 호소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지난 2월 2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우리도 위폐제조와 유통의 피해자’라고 언급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셋째,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동시에 시간벌기를 위한 명분용이다. 북한이 6자 회담에 거는 기대는 아주 낮다. 최근 들어 노골적인 친중화 현상을 보이면서 단기간 안에 미국과 관계를 푸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 눈치다. 차기 정권을 기다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6자회담 공전의 책임도 떠안기 싫다. 동결된 2천 4백만 달러를 조건부 삼아 회담복귀를 지연하는 형태다.

6자회담과 2천만 달러를 바꾸겠다는 김정일의 제안을 보면서 놀라움을 넘어 처연함까지 느껴진다. 국가적 자존심까지 내팽개칠 정도로 사정이 딱하다는 것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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