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당선인이 조건부를 내세움으로써, 북한에게는 대안적인 수입원이 위축받게 될 것이다. 남아있는 허점은 중국인데, 그들도 조건부를 제시하려고 한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동북아시아 선임연구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데일리NK와의 인터뷰를 갖고 “6자회담은 다양한 측면으로 구성되며 또한 조건부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어떠한 조건도 없이 원조를 할 생각이 있을 때, 그것은 6자회담에 반(反)하는 것”이라며, 북한에 조건부를 내세울 때 “북한은 계속돼 온 호전적인 자세를 유지할지, 아니면 경제적 외교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제시안대로 행동할 것인지 결정의 시기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위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만약 북한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도록 우리가 압박을 한다면 북한이 더 강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양 극단은 그들에게 모든 것을 주거나 ‘폭탄세례’를 주게 될 것이다. 그러니 정답은 그 가운데에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을 포용(engage)하는 것을 찬성하지만 그들의 모든 요구를 용인할 수는 없다”며 “6자회담 안에서 만약 북한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응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이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북핵)협상이 위협적이거나 모욕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과 협상을 한다면, 한계선을 정해야 하고, 상대 국가는 그들의 사전 약속들을 이행할 것을 기대할 것”이라며 “지난 2월과 10월의 공동선언의 약점들 중 하나는 문장이 너무 막연하다는 것이다. 쟁점조정 부분(linkages), 타임테이블, 또는 요구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고 합의문의 모호성을 꼬집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또 “북한이 어떤 것에 동의하게 하기 위해서 미국 협상가들은 합의를 완화시켜야 했다”고 지적하며 “신고와 검증이 북한의 의무이행의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북한)이 ‘데드라인’을 놓쳤다는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인식하고 있는 북한이 해야 하는 것과 북한이 기꺼이 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큰 갭(gap)이 있다”며 “이것이 북한이 ‘데드라인’을 놓치게 된 이유다. 그러한 차이로 인해 지금은 북한이 완전한 신고에 응할 것 같진 않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북한의 체제변화 가능성과 관련해선, “(북한이)2002년 개혁과 같이 처음으로 자유시장을 허락한 개혁은 마지못한 경제적 개혁의 수용”이라면서 “김정일이 상하이나 중국 남부지역을 여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중국식 개혁의 실행마저도 매우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경제적으로 어떠한 변화의 조짐을 보지 못했다”며 “정치 시스템에서의 변화나 북한의 태도에 있어서의 간헐적인 변화도 감지하지 못했다. 북한은 항상 ‘벼랑끝 전술’ 태도와 외관상의 회유적 태도 사이에서 항상 주저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0년간의 포용정책과 수십억 달러에 상당하는 가치를 주고도, 남한은 북한의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며 “우리가 이익을 조건화한다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국제위기평가회사인 유라시아그룹에서 한국분석 전문가로 일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도 20년간 일했던 그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CIA 이사회의 한국문제그룹에 부대표를 역임했고, 국방정보부(DIA: defence intelligence agency)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