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석의 일기⑮] “무엇인가 크게 잘못 되었습니다”

▲ 무엇인가 크게 잘못돼 가고 있는 북조선

희선이도 쓰고 있지만 나는 중국에 와서 처음으로 사람 사이의 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람의 마음만큼 변하기 쉬운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누구나 처음에는 동정을 합니다. 그 마음에 거짓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동정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고 마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동정을 받다가 나중에는 차가운 냉대도 받게 됩니다.

우리의 죄라고는 단지 북조선에서 태어났다는 것뿐인데 언제까지나 이런 아픔들을 반복해서 겪어야만 할까요? 평생동안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나도 언젠가는 “그렇지 않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들은 북조선이 싫어서 탈출한 것이 아닙니다. 북조선은 우리가 태어나 자란 나라입니다. 여러 가지 추억을 생각하며 그리움에 눈물을 흘린 일도 많이 있었습니다. 될 수만 있다면 북조선에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북조선은 우리들을 살려주지 않습니다…

북조선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기 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굶어 죽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부 자기만 먹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마저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북조선은 이런 나라가 되었을까요?

나는 중국에 온 이후로 북조선에 대해 커다란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분노하기도 합니다.

무엇인가 매우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나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희선이와 둘이서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힘겨울 뿐입니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렇게 우리들의 처지를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호소하는 것 뿐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제발 북조선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리고 목소리를 높여 주세요. 우리들 북조선 아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이제는 그 방법 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온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에 보답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우리의 발로 걸어갈 수 있도록 희선이와 같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을 버리지 마시고 우리들이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안겨 주세요.

-연재 끝-

The DailyNK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