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석의 일기⑨] “간신히 안심했는데…”

북조선을 도망쳐 나온 후로 그렇게까지 오랫동안 같은 곳에서 지내본 적은 없었습니다.

박 할아버지의 집은 엔지시의 중심지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휴일에는 우리들을 거리에 데리고 가시곤 하셨습니다. 엔지시의 번화가에는 수많은 자동차와 자전거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있던 마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사람도 많고 큰 건물들과 상점도 많이 있어서 원하는 물건들은 무엇이든지 살 수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북조선과는 너무나도 다른 세계였습니다. 나는 될 수 있으면 이대로 계속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 무리였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제는 겨우 안심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꼭 나쁜 일이 생기고 마는 것입니다.

어느 날 근처에 사는 할머니께서 북조선에서 도망 온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한국 사람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 할머니께서는 우리들이 북조선에서 온 것을 알고 그것을 그들에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그 한국사람들을 만나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말해 주었습니다. 나와 희선이는 말하는 동안에도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 흥분해서 울고 말았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우리들을 자꾸만 카메라로 찍고 있었습니다. 나는 생각하고 있던 것을 모두 말한 탓인지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이 큰 문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박 할아버지의 말로는 그때 우리가 이야기한 장면이 한국 텔레비전에 방영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기 때문에 중국 정부에서 화가 났다고 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멋대로 중국에 도망 온 조선 사람은 모두 범죄자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사람의 이야기가 이웃 나라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북조선 정부도 사람들이 제멋대로 도망쳐 나간다던가, 특히 그것이 적국인 한국으로 밝혀졌을 때는 용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조선 정부에서 중국 정부에 단속을 철저히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The DailyNK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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