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신문 동향] 反美 줄고 反日 늘었다

요즘 들어 <노동신문>은 반미(反美)나 외부 대결적인 선전을 자제하고, 체제유지를 위한 내부결속과 민족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선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김정일의 생각과 의도는 <노동신문>을 통해 매일 그대로 반영된다.

7월 들어 <노동신문>의 미국 비난기사는 6건으로, 6자회담 복귀를 천명한 10일 외무성 대변인 이후에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미국을 자극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남한의 친북반미세력들에게 미군철수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빌미로 삼았던 노근리 사건, 상서리 폭격사건, 여중생 사망 사건 등에 대해서도 7월 10일 이후에는 완전히 함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매일 한 건 꼴로 진행되던 일본 비난기사는 과거 반미 기사의 몫까지 짊어지면서 연일 쇄도하고 있다. 7월 들어 <노동신문>을 비롯하여 관영 중앙통신, <민주조선>, 중앙TV의 반일 기사는 무려 40여건에 달했다.

6자회담에서 일본이 납치문제를 다시 의제로 들고 나올 기미를 보이자 더욱 극렬하게 반일공세를 퍼붓고 있다.

미국 비난 줄고, 일본 비난 크게 늘어

<노동신문>은 13일자 논평에서 G8정상회담에 참가한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에 관해 “일본은 6자회담에 참가할 자격이 없는 나라”, 납치문제를 6자회담 의제로 상종시키려는 “속이 검은 자들”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이어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일본 관방장관이 “6자 회담에 납치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국제무대에서 극히 이기적이고 표리부동한 이러한 일본의 정치, 외교적 입장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해관계와 충돌하게 될 것”임을 경고하고, “이런 비뚤어진 관점과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는 한 일본이 차후의 6자회담에 참가하여도 할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7월 19일자 <노동신문>은 ‘군사적 패권을 노린 교활한 속심의 발로’ 제하에 보도를 통해 일본을 비난하고, 7월 20일자에는 ‘일본의 상임이사국진출을 막아야 한다’고 잔방위적 반일공세에 들어갔다. 이에 내각기관지 <민주조선>,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기관지 <청년전위>까지 “6자 회담이 열려도 일본과는 상대하지 않는다”고 따라 나섰다.

배상과 수교를 목적으로 추진했던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납치문제로 인해 복잡하게 얽혀 북한이 원하는 대로 쉽게 풀리지 않자 ‘막나가는’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줄기차게 일본을 몰아치면서 6자회담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영향력이나 거세해보자는 계산으로 보인다.

선군정치, 주민결속 강화

한편으로 <노동신문>은 선군정치와 주민들의 내부결속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김정일은 7월 17일 534군부대를 방문한 데 이어, 20일까지 118군부대, 937군부대를 전격 방문했다. 이러한 김정일의 의도는 향후 6자 회담개최와 관련, 군을 더욱 다지고 주민들의 충성심을 북돋우려는 데 있다.

6자회담에 기대를 걸지 말고 오직 ‘총대 끝에 평화가 있다’는 사상을 심어주려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회담을 앞둔 시기에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에게 ‘강경노선’을 은밀히 암시하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또한 민족공조 다지기와 체제유지를 촉구하는 사설들을 많이 실었다.

7월 21일자에는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 선언문’을 크게 실었다. 5개항으로 된 선언문은 남과 북의 작가, 예술인들이 ‘우리민족끼리’의 구호를 높이 들고 민족적 단결을 위해 더 많은 작품들을 창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7월 21일자에는 또한 ‘사회주의는 인류의 이상’, ‘달라질 수 없는 역사발전방향’이라는 제하 논설을 통해 “사회주의는 진보, 자본주의는 낡고 뒤떨어진 사회”라고 강조하고 ‘사회주의 승리의 합법칙성’을 주장하는 등 북한주민들이 체제유지에 떨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요컨대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전보장을 받아내고, 민족공조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챙기며, 주민들의 사상적 해이를 막아 체제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역력히 엿보인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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