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회담] 합의이행 낙관 일러

15년만에 열린 총리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각 분야에 걸쳐 8개조항의 방대한 합의를 이뤄냈으나, 그 이행은 군사보장과 남측의 차기정부 출범이라는 주요 변수들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합의 과정에서 북측은 이번 회담이 남북정상선언을 실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를 강조하면서 모든 사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며 이행의지를 과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교류.협력 사업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보장을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는 것은 이행 과정의 핵심 쟁점을 남겨둔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특히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와 관련, 남북 양측은 공동어로구역을 협의.확정키로 했지만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관해 남북 군사 당국이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느냐가 이 합의의 이행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산-봉동간 경의선 화물 열차 개통과 개성공단 출입 인원 및 차량의 상시 통행 여부도 결국 북한의 군부가 군사보장 조치를 어느 정도 취해 줄 것인지가 관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국방장관회담이 이번 총리회담 합의문이 생명력을 가질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바탕으로 이번 총리회담까지는 순탄하게 왔지만, NLL문제 등으로 국방장관회담이 좌초되면서 남북간 합의가 통째로 날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을 통해 북측이 보여준 태도는 정상간 합의의 뜻을 받들어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방장관회담도 일반적인 우려처럼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군사보장 문제가 주로 북측의 변수라면, 이번에 합의된 내용의 대부분이 남쪽에서 정부가 교체된 내년에 본격화된다는 점은 남측의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남북 양측은 이달중 제9차 적십자회담과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실무 접촉을, 이어 내달 제1차 경제공동위원회, 개성공단건설 실무접촉, 서울-백두산 직항로 실무접촉, 조선 및 해운협력 분과위 회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위 회의, 공동어로협력분과위 회의, 해주특구 개발 실무접촉, 기상협력 실무 접촉을 갖기로 합의하고, 문산-봉동간 화물열차를 내달 11일 개통키로 했다.

남북회담과 접촉의 이러한 휘모리는 내달 19일 실시되는 남쪽의 대통령 선거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 이후엔 대통령 당선자와 정부인수위원회의 의견이 현 정부의 정책 집행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해, 대선 전 2007남북정상선언의 이행조치를 실행궤도 위에 올려놓으려는 생각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북한이 정상회담 합의 이후 남북간 협력사업에 이례적으로 ‘과감한’ 양보를 해가며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남쪽의 차기 정부에서도 현재의 대북 정책기조를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공동어로나 개성공단 3통문제, 조선단지 건설, 개성-평양 고속도로 및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개성공단 2단계, 지하자원 개발 등의 사업은 모두 남쪽에서 대통령이 바뀐 내년에 들어가서야 본격적인 착수가 가능한 일들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총리회담 합의에 대해 “화해와 협력이라는 대원칙에 따라 남북간 합의된 사업들의 이행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현재의 기조를 검토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나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비판적인 만큼, 대선 결과에 따라 이번 총리회담 합의의 이행이 무산되거나 한동안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일단 이번 회담 합의는 크게 비판할 것은 없어보이지만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에 차기정부에서도 이행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총리회담 합의의 남측내 발효 절차를 어떻게 밟을지 주목된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내주 중 국무회의에서 이번 합의서를 심의.의결할 예정”이라며 “국회비준동의 여부에 관해서는 법적 해석을 참고해 판단할 것이고, 오는 21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총리회담 내용을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한반도 내부 변수외에 북핵 6자회담과 북미관계라는 국제변수도 긍정적인 방향이든 부정적인 방향이든 급변하게 되면 남북총리회담 합의의 이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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