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회담] 합의문 내용과 의미

남북은 16일 폐막한 제1차 총리회담에서 ‘2007 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광범위한 합의를 이뤄냈다.

총 8조 49개항으로 이뤄진 합의문에는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업들이 이행시기 및 추진체계 등을 갖춰 보다 구체화돼 담겨 있다.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번영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는 정상선언 이행이 한층 가시적으로 다가온 셈이다.

특히 개성공단내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의 내년 실시와 문산-봉동 간 화물열차 다음달 개통 등은 남북경협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합의라는 평가다.

하지만 경제협력 분야에서 풍성한 합의를 이뤄냈지만 이의 선결조건인 군사보장 문제 논의는 뒤로 미뤄졌고 이산가족 상봉과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등 인도적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합의문 채택 뒤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로 정상선언은 본격적인 실천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 개성공단 ‘업그레이드’ =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의 진전과 개성공단 화물열차의 운행에 합의함에 따라 남북 경협의 상징으로 꼽히는 개성공단 사업이 새 전기를 맞게 됐다.

우선 3통 문제의 진전은 이번 회담 최대의 성과로 꼽힌다.

3통 문제는 개성공단 사업자들이 가장 큰 불편을 느끼는 부분일 뿐만 아니라 대북투자를 염두에 둔 국내외 기업들 입장에서도 가장 먼저 선결돼야 할 과제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우선 통신과 관련, 남북은 내년부터 개성공단에서 인터넷과 유.무선전화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1만회선 능력의 통신센터를 연내 착공하기로 했다. 통신센터는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을 통한 결재가 가능해지고 서울에서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휴대전화로 통화할 수 있게 되는 등 기업활동이 한결 편리해질 전망이다.

남북은 또 현재 평일 기준 하루 9시간 남짓(오전 8시30분∼오후 5시40분) 동안 총 23차례만 통행이 가능했던 것을 하루 15시간(오전 7시∼오후 10시) 범위내에서 편리하게 출입할 수 있도록 통행절차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편리한 출입’과 관련, 이재정 장관은 “북측이 횟수에 관계없이 출입하자는 원칙을 받아들였다”고 밝혀 상시출입이 가능해질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통관 절차를 보다 신속히 하기 위해 물자하차장 건설 등을 추진키로 했다.

3통 문제는 체제위협 등을 이유로 북측이 미온적 태도를 취하면서 막판까지 합의문에 담길 지 여부가 불투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합의로 개성공단은 더욱 내실화되고 활성화되는 토대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에 본격적으로 추진될 2단계 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화물수송에 쓰일 경의선 문산-봉동 화물열차의 다음달 11일 개통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

1951년 6월12일 서울-개성 간 운행이 중단됐던 경의선이 56년여 만에 다시 남북을 가로질러 상시 운행되는 것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물류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 물동량은 올해 13만1천500t 규모에서 2010년 100여만t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남북은 화물열차 개통을 위한 실무접촉을 오는 20∼21일 개성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는 향후 이 열차를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북측 근로자는 물론 남측 근로자의 출.퇴근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방향 `윤곽’ = 정상선언의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추진방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졌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해주경제특구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이용 ▲공동어로수역 조성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등 5가지 사업을 통해 `갈등의 바다’인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자는 사업이다.

우선 추진체계가 확정됐다.

남북은 경제와 군사 등 다양한 분야가 묶인 이 사업의 특성상 장관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위원회’를 구성, 첫 회의를 12월중 개성에서 열기로 했으며 산하에 해주직항을 제외한 나머지 4개사업의 분과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개별 사업별 추진 일정도 일부 정해졌다.

공동어로수역의 대상 지역과 범위가 국방장관회담 등을 통해 정해지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공동어로사업에 착수하며 해주경제특구와 해주항 개발을 위한 현지조사를 금년내 실시, 구체적 사업계획을 내년에 마련하기로 했다.

또 한강하구 골재채취사업도 내년에 착수하기로 하고 이른 시일 내 현지공동조사를 실시하며 해주직항을 위한 항로대 설정 및 통항절차 등을 12월 중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각 사업의 최초 이행일정에 합의함으로써 사업의 실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 조선협력단지 등 기타 경협사업 = 조선협력단지 등 다른 경제협력사업들도 대부분 개략적인 이행 로드맵이 도출됐다.

남북은 내년 상반기 중 안변에 선박블록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는데 대우조선해양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아울러 남포의 영남배수리공장 설비 현대화와 기술협력, 선박블록공장 건설 등도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안변.남포에 대한 2차 실사를 12월 중 실시, 전력 등 인프라 상황을 중점 조사할 계획이다.

개성-평양 고속도로 및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사업도 연내 현지조사를 거쳐 내년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두 사업이 완료되면 이른바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중국횡단철도(TCR)연결사업의 기반이 다져지는 것으로, 한반도가 아시아.유럽 물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남북은 내년 상반기 중 2008 베이징올림픽 남북 응원단의 경의선 이용을 위한 긴급 보수를 마무리한 뒤 내년 중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확정해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개성-평양 철도 개보수에 최대 2천900억원, 개성-평양 고속도로 재포장에 최대 4천4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현지 조사를 거치면 그 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

남북은 또 백두산관광 직항로 개설을 위한 실무접촉을 12월에 개최하기로 했다.

남북은 농업협력 분야에서 종자생산 및 가공시설, 유전자원 저장고 건설 등을 금년 중 착수하기로 했으며 당국간 병원, 의료기구, 제약공장 현대화 등을 통해 보건의료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 인도주의 분야는 기대에 못미쳐 =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 낸 경협부문과는 달리 인도주의 분야에서는 성과가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다.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확대 및 상시상봉 등에 대해 뚜렷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이달 28∼30일 열리는 적십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남측은 이번 회담에서 내년 3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의 완공에 맞춰 매달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는 한편 매주 소규모의 재상봉행사를 병행 실시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측이 `적십자회담에서 하면 되지 총리회담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취했다”고 전했다.

남북은 다만 영상편지의 시범교환을 내년부터 실시한다는 데는 합의했다.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도 남측이 거론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문에도 `전쟁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으로 여전히 에둘러 표현됐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