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회담] 남북회담 문화가 달라진다

그동안 대결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남북회담의 문화가 이번 총리회담을 계기고 바뀌고 있다.

우선 이번 회담은 3번의 예비접촉을 통해 다양한 의제에 대해 사전 조율을 함으로써 본회담에서 실질적이고 진지한 논의가 가능해졌다.

그동안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회담이었던 장관급회담이 예비접촉을 가졌던 선례는 있다. 2002년 제2차 서해교전 이후 회담을 재개하면서 그 해 8월 금강산에서 실무대표 접촉을 가졌으나 서해교전으로 서먹해진 남북관계를 추스르는 차원이어서, 회담 의제에 대한 사전조율을 위한 예비접촉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특히 이번 준비접촉 기간 정부는 이관세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각 분야 실무인원을 북측에 파견해 2007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에 대해 실무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남북간 견해차를 많이 해소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총리회담의 분위기가 우호적인 데는 정상회담의 영향도 있지만 이미 예비접촉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점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전 조율을 통해 회담이 소모적이지 않고 실질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이번 회담은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문제보다는 실질적인 과제를 가지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14일 1차 전체회의에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남북대화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파워 포인트’를 이용해 서해평화지대 구상을 설명했고 북측 대표들은 진지하게 경청했다.

구체적으로 그림을 직접 보여주고 경제.군사적인 면을 통계자료를 인용해 설명함으로써 북측에 대한 설득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서해 구상에는 그림도 들어가고 통계도 있고 여러가지 복잡한 자료가 많아 시각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남측 회담 관계자는 “이제 남북회담은 서로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우기는 회담에서 상대를 어떻게 설득해 동의를 이끌어낼 것인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아마 앞으로 북측도 우리처럼 다양한 도구를 회담에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변화는 총리회담 이틀째인 15일에도 나타나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남북 양측은 ▲조선협력단지 건설 ▲철도.도로 ▲보건의료 등 3개 분야에 걸쳐 분야별 접촉을 진행했다.

조선협력단지 건설 협의에는 남측에서 오영호 산업자원부 차관, 북측에서 차선모 육해운성 참모장이 각각 대표로 나서 협의하고 있으며 철도.도로 분야는 이춘희 건설교통부 차관, 박정성 철도성 국장이 각각 남북 대표로 나섰다.

보건의료 분야에는 김정석 보건복지부 국제협력관과 박정민 북측 보건성 국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남북 모두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이면서 나름대로 결정권을 가진 차관급 인사들이 참석해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자신들의 구상을 설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회의 자체는 굉장히 실무적 분위기 속에서, 각측이 실제 사업할 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서로의 구상과 각측 입장에 대해 밀도있는 의견교환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회담 관계자는 “앞으로도 남북 양측이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논의를 벌이는 방식으로 회담문화가 변화해 나갈 것”이라며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