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방송 3사, ‘北 인권프로’ 하나도 없다

최근 한국영화 흥행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웰컴 투 동막골’. 이 영화는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국군과 인민군, 연합군이 두메산골 동막골의 순수한 주민들에게 동화돼 힘을 합쳐 마을을 지키는 과정을 그렸다. 남북코드를 소재로 한 영화의 흥행은 이전부터 계속돼 왔었다.

국내 관객 1000만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를 포함해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 등 지난 몇 년간 한국 영화계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남긴 영화들에도 ‘북한’이란 키워드는 포함돼 있다. 올 하반기에도 이와 관련한 3~4편의 작품들이 더 선을 보인다고 하니 실로 대세는 ‘남북코드’라 할 수 있겠다.

최근 영국인인 다니엘 고든 감독의 작품 ‘어떤 나라’와 ‘천리마 축구단’이 국내에서도 개봉하며, 이러한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남북관계나 북한에 대한 영화계의 관심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의 마음도 지울 수 없다. 영화들이 갖고 있는 북한에 대한 단편적 접근과 감정적 호소가 주 관객층인 젊은 세대들에게 여과 없이 받아들여질 경우, 자칫 잘못된 역사인식이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웰컴 투 동막골’을 비롯한 일련의 영화들은 남북간의 갈등을 개개인의 믿음과 화해의 정서로 풀어내려고 한다. 영화다운 판타지와 상상력은 이해되지만 영화계의 전반적 흐름이 민족간 화해로 귀결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남북간 갈등의 본질과 북한의 현실을 세밀하게 추적해 역사의 진실을 파헤치는 현실감 넘치는 작품들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 남북관계와 북한을 소재로 개봉된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대중들에게 영화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미치는 방송계에서도 북한이나 남북관계를 다루는 시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건, 사고의 발생이나 대규모 행사의 개최와 같은 표면적 현상만을 따라가는 방송계의 보도 행태는 국민들에게 하여금 북한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듯 하다.

공중파 방송, 국민들 북한 알 권리 박탈

북한과 관련한 공중파 방송 3사의 편성 비율은 매우 낮다. KBS의 <남북의 창>과 MBC의 <통일전망대>를 제외한다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예능 방송으로는 유일하게 MBC <느낌표>의 ‘남북청소년 알아맞히기 경연’이 북한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오랜 방송 역사를 가진 <남북의 창>과 <통일전망대>는 그동안 감춰져 있었던 북한에 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보도한 내용만을 그대로 전달한다던지, 남북한 화해무드만을 중심으로 방송하는 등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고정 편성 이외에도 각 방송국의 시사교양 부분에서 북한 문제는 다뤄지고 있다. 지난 2년간 3대 공중파 방송의 대표적 시사 프로그램을 분석 해 본 결과 총 30편 정도의 주제가 다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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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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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축전 3박 4일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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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녹이는 민족애 (룡천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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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를 대표하는 시사 프로그램들은 지금껏 밝혀지지 않았던 사회의 비리와 문제점들을 추적, 보도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켜 왔다. 그렇지만 이 프로그램 중 북한의 현실과 남북관계의 명암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에게 대북 경협의 댓가로 북으로 흘러 들어간 1억달러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핵개발 비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은 없는지 궁금하지 않은 것일까? 국제 구호단체들이 북한에 원조된 식량의 분배 투명성을 요구할 때 우리 방송국들은 북한의 음식 소개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30여개의 주제 중 6건이 기획탈북과 탈북자들의 남한 적응에 관한 내용이었고, 납북자와 국군포로에 관해서는 단 3 차례만 다뤄졌다. 나머지 중 절반 가량은 북한 핵문제에 관한 사안이었고, 그외에는 남북교류에 관한 부분이었다.

남북교류와 공동행사만 다룬 프로그램은 그 횟수가 너무 많아 사례에서 제외시킬 정도니 방송국의 관심이 어느쪽으로 편향됐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북한 인권문제가 이슈화될 때도 방송3사는 북한 내부의 인권상황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단 한 건도 제작하지 않았다. 유엔에서 대북 인권결의안이 채택돼도, 공개처형 동영상이 한국사회를 충격에 몰아 넣어도 방송 3사는 입을 꽉 다물고 있었던 것이다.

방송계, 납북자ㆍ국군포로 문제에도 추적 정신 발휘해야

또한 방송들은 탈북자나 기획탈북에 관한 보도들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 원인을 추적하기 보다는 과정상의 부정적 면만을 부각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현상적 면만을 다루다 보니 탈북자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각은 부정적인 면으로 흘러갔다. 또한, 탈북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방송의 한계일수도 있겠지만 평양을 위주로 한 북한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평양이 전시(展示) 도시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 이면에 어떠한 세상이 존재하는지, 북한 전역의 모습이 어떠한지에 대한 방송사 나름대로의 설명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을 소재로 하고, 남북간의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낼 여러 가지 시도는 남한 국민들에게 북한을 좀 더 가깝게 느끼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도는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조명하지 못한다. 카메라에 들어나지 않는 90%의 진실을 북한 당국이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방송사들은 과거 독재정권의 시녀였다는 자신의 과거는 반성하면서도 더 크고 잔인한 독재자에게 부역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는 사실을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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