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김정일 중국 가는 ‘모든 길’ 체크해보니…

▲ 2001년 8월 러시아 방문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7일 김정일의 방중이 가까워졌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그의 방중 루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김정일은 중국,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사전에 방문일정을 알린 예가 없다. 늘 비밀리에 어느날 갑자기 방문했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간 뒤에야 방문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사전에 공식일정이 나오는 다른 외국 정상회담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르다.

‘제 2의 용천폭발 사고 배제 못해’

김정일의 방중계획설은 지난달 하순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그의 방중계획이 사전에 언론에 보도됨에 따라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5일 경 신의주에 대기하고 있는 그의 특별열차가 위성에 포착되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첩보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2004년 용천폭발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의 재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조건에서 김정일이 신의주와 평북도 일대를 맴돌면서 선뜻 압록강을 건너지 못한다는 예측도 무리는 아니다.

무엇이든 비밀리에 일을 처리하려는 그의 스타일이 이번에도 사전에 그 일단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한다면 특별열차로 신의주-단둥-선양-베이징으로 가는 루트가 ‘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방중 때처럼 먼저 광저우(廣州) 일대로 향하면서 외부세계에 마치 개혁개방의 의도가 있는 것처럼 제스처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의주-단둥 코스는 너무 많이 알려져 있다는 점이 방중을 앞둔 김정일 경호팀(호위국)의 딜레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 경호원을 지낸 탈북자(2명)들은 10년 전부터 김정일이 경호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지방에 내려갈 때 일반 승용차를 사용해 허를 찌르는 방법도 가끔 사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의주-단둥 코스가 가장 대표적이고 가능성이 제일 높은 것은 틀림없지만 북-중 국경 통과지역이 이곳 한군데만은 아니다. 압록강-두만강으로 이어지는 다른 국경지역도 얼마든지 있다.

김정일의 방중계획이 윤곽이 드러나는 가운데 데일리NK는 김정일이 중국으로 갈 수 있는 ‘모든 길’을 집중 체크해보았다.

1. 열차 방문의 경우

김정일의 이동수단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역시 특별열차다. 방탄이 잘 되어 있으며, 또 사전에 중국 경호팀과의 협조체계가 잘 이뤄질 수 있다.

열차로 이동할 경우 신의주-단둥(丹東)루트가 대표적이지만 이외에도 만포- 지안(集安) 루트, 남양- 투먼(圖們)루트가 있다.

① 신의주-단둥(丹東)루트

지금까지 김정일은 주로 신의주-단둥 루트를 이용해 왔다. 그것은 평양-신의주 철길상태가 양호하고, 단둥에 들어서면 베이징까지 비교적 가깝기 때문에 이 길이 가장 유력하다.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들어갈 때 경호는 3선이다.

1선은 중국 변방대와 북한의 국경수비대가 담당한다. 지난 1월 방중시 특별열차가 통과한 조-중 우의철교에 군대를 파견했고, 압록강에 양국의 소형 군함이 배치됐다.

2선은 북한 보위부와 중국의 안전부 요원들이 사복차림으로 조-중 우의철교 단둥방향을 중심으로 테러감시에 나선다. 3선은 중국 현지 공안국에서 압록강 공원 일대와 단둥역에 대한 교통통제와 민간인 출입을 금지한다.

6.25 전쟁 때 단둥-신의주를 통해 중국군이 파병됐다. 양국간 ‘혈맹’의 상징인 셈이다. 김정일이 방중때마다 이 루트를 애용하는 것도 이 같은 ‘정치적 이유’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② 만포- 지안(集安)루트

열차 이용시 만포-지안 루트도 있다. 그러나 평양- 만포 노선 철길 노반은 현재 매우 노후되어 있고, 침목이 썩어 기차가 지날 때마다 요동이 매우 심하다. 김정일의 특별열차가 이 노선을 통과하기는 거의 어렵다. 과거 이곳을 통해 중국방문을 했다는 기록도 없다.

③ 남양- 투먼(圖們)루트

중국과 철로가 연결된 또 다른 국경지역으로 남양- 투먼 루트가 있다. 남양역은 작은 산골역이다. 김정일의 열차로 신의주-단둥 코스에 외부의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 극비에 이곳을 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산골역이기 때문에 특별열차가 이동하기는 주변환경이 좋지 않다.

또 투먼에서 베이징까지 하루 이상 걸린다. 그만큼 노출 시간이 길어지는 셈이다. 더구나 평양에서 남양으로 가려면 양덕-고원간 철길을 지나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 철길이 제대로 복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2. 승용차 이용의 경우

열차방문이 아닐 경우, 승용차 이용 가능성이 제기 된다. 승용차를 이용해 중국으로 간다면 압록강부터 신의주-단둥, 혜산- 창바이, 남양-투먼 루트가 있지만, 신의주- 단둥 루트를 제외한 기타 루트는 안전상 허술하기 짝이 없다.

혜산-창바이와 남양- 투먼루트는 북한쪽 도로상황이나, 중국쪽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이용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물론 김정일이 승용차 여행을 할 때마다 10여대의 최고급 승용차를 동원해 자신이 어느 승용차에 탔는지를 모르게 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극동지역을 갈 때 승용차를 사용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김정일이 외국방문시 전용열차는 물론 전용승용차까지 가지고 다니는 점도 승용차이용 가능성을 낮게 해준다고 볼 수 있다.

3. 특별기 이용

이와 같은 예상을 뒤엎고 자신의 특별기를 이용해 바로 베이징으로 날아가는 방법이다. 평양-베이징이 1시간이 채 안 걸리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비행기 이용은 김정일이 1965년 김일성을 동행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할때 이용했던 것 외에 거의 기록이 없다.

1957년, 1959년 김일성을 동행해 구 소련을 방문한 기록과 61년 김일성종합대학에 다닐때 소련방문 기록이 있으나, 여행편이 공개된 바 없다. 김정일이 지금까지 비행기를 이용한 예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01년 8월 근 20여 일동안 1만 8천km의 장거리를 열차로 러시아를 방문해 ‘비행기 기피증’이 있다는 소문이 난 바 있다.

물론 김정일이 자신의 전용특별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특별열차가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특별기 이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 선창에 서있는 반바지 차림의 김정일(창성별장)

4. 모터 보트 이용 가능성

가능성이 1%도 되지 않는 경우다. 만약 보트를 이용해서 전격적으로 압록강을 건너간다면 평북 창성별장에서 중국 콴디엔(寬甸)으로 가는 루트가 있다.

이 경우 유람선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007 작전’을 연상케 하는 경호작전이 필요하다면 모터보트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정일의 요리사를 지낸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일과 창성별장에서 모터보트 시합을 벌인 적도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김정일은 모터 보트를 좋아한다.

그러나 진짜로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김정일은 전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역시 열차이용 가능성이 높아

제반조건으로 볼 때 열차방문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김정일 특별열차는 특수 방탄용 장갑열차로 82mm 박격포와 발사관, 대구경 기관총 등으로 무장돼 있다.

김정일이 움직일 때마다 행사열차(일명 ‘백대열차’)는 모두 3대로 편성되어, 선두열차는 지뢰탐지 기능을 수행하며 나가고, 거의 3~5시간 간격으로 뒤의 열차들이 움직이게 되어 있다.

3개 열차 중 어느 열차에 김정일이 탑승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때문에 테러위험이 가장 낮다고 보고 있다. 특별열차에는 경호원 50여명이 탑승하고, 그가 지나는 철길 연도에는 100m 사이를 두고 호위국 6처(김정일 경호대) 성원들과 지방 안전보위부, 보안서가 동원되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지키기 때문에 그중 안전한 방법이다.

그리고 특별열차가 다 지나갈 때까지 다른 일반 열차들은 모두 역구내로 대피시키기 때문에 김정일의 방중이 확실시 된다면 열차 방문 가능성이 지배적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일리NK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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