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제안] 전문가 진단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중대제안’이 “비핵.평화적 에너지 제공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로드맵을 연 것”이라고 평가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전문가는 또 정부의 이번 제안이 ‘남한은 에너지를 지원하고 미국은 체제생존을 보장하며 나머지 국가들은 식량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하면서 북측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준다면 핵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비록 에너지, 특히 전력지원을 바라왔지만 우리측이 전력공급의 주도권을 갖게된다는 점에서 받게되는 우려감과 송전시설이 전략물자라는 이유로 지원에 반대해온 미국의 입장이 제안 실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전력공급은 사실 북한이 간절히 원하던 부분이다. 그러나 신포에 건설 중이던 경수로 발전소는 북측 입장에서 통제가 가능하지만 남한이 전력을 송전하게 되면 대남의존도를 높이는 것이어서 쉽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또 송전시설은 전략물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만약 미측이 이런 중대제안에 동의를 했다면 대북 경제제재 일부를 해제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태도변화로도 직결된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전력량은 모두 750만㎾라는 점에서 보면 200만㎾는 적지않은 양이다.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남측이 내놓은 중대제안을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고 체제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한다면 남측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제안이 동결과 보상을 기초로 하는 1994년 북-미 제네바협정과 흡사하다는 점이다. 오는 2008년까지 핵시설을 동결하고 핵을 폐기한다면 동결기간에 송전시설을 건설한다는 방식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동결기간에 농축우라늄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을지는 의문이다.

▲윤 황 선문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은 1993년 1차 핵위기와 2003년 2차 핵위기때 대내적으로는 에너지 지원을, 대외적으로는 체제생존을 목표로 ’핵게임’을 벌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한이 핵폐기 대가로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제안한 것은 6자회담 참가국들과 역할을 분담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즉, 남한은 에너지를 지원하고 미국은 체제생존을 보장하며 나머지 국가들은 식량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는 전략인 것이다.

산술적으로 ’체제보장+에너지지원+α’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런 전략에 대해 북측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준다면 핵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만㎾의 전력은 북한의 산업시설을 가동하기에 충분한 양으로 분석된다.

▲전현준(통일연구원 기조실장) = 에너지 직접 지원은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도 없지 않다. 즉, 북한이 남측의 ’전력송전 통제’ 가능성을 우려,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거나 북측지역의 수력발전소 운영을 도와달라는 식의 다른 요구를 해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직접 지원시 송전 자체는 좋은 데 우리가 통제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협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데서 북한이 남측의 제안에 대해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북측은 “전력공급은 환영한다”면서도 송전방식이나 북한내 화력발전소 건설 등 수정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 옛날부터 송전방식에 대해서 말이 많았다. 남측은 이곳에서 송전, 통제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저쪽에서는 북한내에 짓고 발전소 운영 연료만 대달라는 내용이었다.

’중대제안’으로 남북관계가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들어가면 협상이 길어질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지원만 갖고는 핵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정치.군사적으로 공격 않겠다는 미국의 약속도 전제가 돼야 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비핵.평화적 에너지 제공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로드맵이 열렸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관건은 북한이 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여부에 달려있다. 북한은 그동안 계속 경수로 사업 진행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초부터 경수로 자체에 반대한데다 핵 아닌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것으로 본다. 일본도 경수로를 위해 22%의 분담금을 냈지만 핵폐기 대가로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데 대해 나쁘게 보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북핵문제가 에너지 제공과 맞물려 풀려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북한의 반응이 관건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반응이 없는 상태다. 만일 수용한다면 큰 진전이 있는 것이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실장 = 경수로 건설은 동결하되 전력을 공급하기로 한 대안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검증하는 등 전략적 양보를 끌어낼 수 있는 결정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공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본다.

북한이 중유공급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핵시설을 동결하도록 유도하는 분위기 조성에는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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