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제안] 내용과 의미

정부가 12일 공개한 북핵 문제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중대제안’은 한반도에서 북핵이라는 위험 변수를 조기에 제거해 한반도 안정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남북 공동번영까지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중대제안은 지난 달 북한과 미국에 각각 그 상세한 내용이 전달됐고 그 이후 회담 복귀를 망설이던 북한이 회담테이블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제4차 6자회담의 진전에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2년 10월 북핵 위기가 벌써 만 3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중요 당사자로서 핵문제의 조기 해결 없이는 우리 경제와 사회적 안정이 수시로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과 절박한 심정이 참여정부가 중대제안을 입안하게 된 배경이 됐다.

정부가 200만kW 전력의 직접 송전을 고려한 배경에는 이런 위기감 외에도 몇가지 관계국들의 정서와 희망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성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먼저 북한이 북핵 문제를 통해 추구하는 두마리 토끼 중 하나가 경제 회생이며, 그에 필수적인 과제가 전력난 해소인 점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의 발전시설용량은 790만kW이지만 노후 문제 등으로 30% 정도 가동된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의 본질은 에너지 문제라는 설명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북한에 100만kW급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 위해 탄생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재생 불능의 상태에 빠진 것은 무엇보다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경수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이 재처리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미국 공화당 중심으로 제기되고 가스발전소나 화력발전소 대체론까지 나올 정도로 KEDO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2002년 10월 제2차 북핵위기가 불거지자 공사는 아예 중단돼 버렸고, 미국과 일본은 이 사업의 종료를 희망한 것이다.

이런 이해관계 속에서 창조적,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해 온 우리 정부는 관계국이 거부감 없이 호응할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직접 송전방식을 찾아낸 것이다.

북한도 지난 해 제3차 6자회담을 전후해 200만kW 에너지를 요구한 사정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향후 통일시대에 대비한다면 사전 투자의 성격을 갖지 않겠는냐는 거시적 안목까지 투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기적으로도 3년이면 송전선로와 변환설비를 포함한 송배전 설비를 갖출 수 있고 핵폐기 이행 시점에 송전을 개시할 수 있어 다른 대안에 비해 단기간에 해결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점을 정부가 십분 감안한 셈이다.

이 제안의 성패는 북핵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달려 있다.

이번 중대제안은 지난 5월16일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물위로 드러난 이후 6월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상세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회담 참가국에게 즉각적인 설명이 이뤄졌다.

이런 설명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찾아낸 공통분모인 점을 반영한 듯 미국은 물론 관계국들이 즉각적인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로, 김정일 위원장은 정 장관의 설명을 듣고 “신중히 연구해서 답을 주겠다”는 다소 유보적이면서도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는 2000년 12월 경협기구로 출범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차 회의 때부터 최우선 과제로 남측에 전력 지원을 요청했던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게다가 중대제안이 다른 참여국의 분담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지원에 해당하는 만큼 나머지 참가국도 꺼릴 만한 이유가 없어 보인다.

다만 미국이 전력을 군사용으로 돌려 쓸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북미간 신뢰 구축을 통해 체제안전보장 단계를 지나 수교까지 이뤄지는 과정에 맞물려 충분히 해결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중대제안이 시행되기 전까지 에너지 지원 방안을 거론된 중유 제공 문제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작년 6월 3차 회담 당시 미국은 한, 중, 일, 러 4개국의 중유지원에는 반대하지 않겠지만 보상 성격의 중유 지원에 직접 참여하는데는 반대했고, 북한은 이를 미국의 핵문제 해결의지가 의심스럽면서 미국의 보상 참여를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참가국도 직접 중유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핵 폐기에 합의한 이후의 로드맵 구성에 있는 것 같다.

북한이 줄곧 동결 대 보상의 동시행동 방식을 견지해온 점에 비춰 중유 제공에 이어 3년간에 걸친 준비기간을 거쳐 핵폐기 이행 시점에 송전 단추를 누르겠다는 우리측 안을 수용할 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핵폐기 대상과 방법도 여전히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년이 사찰과 검증을 거쳐 폐기에까지 이르는 기간으로는 결코 짧지 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은 만큼 북한의 선택에 이목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