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부 대상] 땅에서도 하나인 한반도가 되기 위하여

땅에서도 하나인 한반도가 되기 위하여

황정윤 (광명북고등학교 1학년)

우리나라 최초로 우주를 다녀 온 우주인 이소연씨는 ‘우주에서 본 한반도는 하나였다’ 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한반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비극의 땅일 뿐인데, 우주에서는 남북을 둘로 갈라놓는 휴전선도 보이지 않고, 이념의 차이로 인한 분쟁이나 갈등도 없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땅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한반도가 하나 되는 통일만이 평생소원이신 불쌍한 외할아버지가 떠올라서 코끝이 찡하면서 마음이 짠해졌다.

올해 초 나의 고등학교 통학문제로 지금은 외할아버지와 잠깐 떨어져 살고 있지만 외할아버지와 함께 산지가 10년이 되었다. 무남독녀인 엄마는 외할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자 홀로 남으신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와 함께 살게 되었다. 외할아버지는 60년 가까이 가족과 헤어져 살고 있는 이산가족이시다. 한국전쟁 당시 외할아버지는 부모님과 누나, 동생을 남겨 두고 남쪽으로 내려오시게 되었다. 가족들과 외할아버지는 징병을 피해 전쟁이 끝날 때까지만 아주 잠깐 피난했다가 다시 돌아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이렇게 오랜 이별이었다면 죽어도 남한으로 보내지도 내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외할아버지는 통일이 빨리되어 북에 두고 온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보는 것이 일평생 소원이시다. 하지만 나는 헤어진 가족과 고향을 늘 그리워 하셨어도 그 사무친 그리움을 몰랐고 통일에 대한 갈망도 없었다.

그런데 4-5년 전 외할아버지는 배가 아프다고 하셨고 검사 결과 대장암 3기라고 했다. 결국 종양이 있는 부분의 대장을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으셨다. 수술 후에도 계속해서 항암치료를 받으셨고 다행히 재발하지 않아 완치를 눈앞에 두고 계신다. 대장을 잘라 내는 수술을 받은 후 회복실에서 코와 배에 호스를 주렁주렁 달고 고통스러워하시는 외할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단장(斷腸)’이란 중국의 옛 고사하나를 떠올렸고, 그 때서야 외할아버지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고통을 느끼게 되어 눈물이 솟았다.

너무나 보고픈 엄마 아빠의 품속에 안기고 싶은 그 간절한 마음을, 형제들과 고향땅에서 맘껏 뛰놀고 싶은 그 벅찬 마음을 꾹꾹 눌러 참다가 대장에 큰 병이 든 불쌍한 외할아버지가 바로 고사 속에 새끼 원숭이를 잃고 되찾기 위해 100리 길을 뛰어 와서 결국은 장이 다 녹아내려 죽은 어미 원숭이의 애절한 모습이었다. 헤어진 부모님과 두고 온 형제들을 얼마나 만나고 싶었으면 장을 잘라 낼 정도의 깊은 병이 드셨을까? 그리고 북에서 남쪽으로 내려 간 두 아들을 그리워하며 평생을 마음 졸이셨을 증조할머니의 그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마도 외할아버지보다도 더 깊고 깊은 병이 드셨을 것 같다. 어머니가 아파했을 그 마음을 아셨기에 외할아버지는 늘 ‘불효자는 웁니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 같은 가요를 목 놓아 부르시며 아픔을 삭였을 텐데 나는 그런 애절한 마음을 몰랐다. 그저 시끄럽게 울려대는 그 경박한 노래 소리에 짜증을 내었던 것이 죄송할 따름이다.

몇 년간 외할아버지가 머리가 다 빠지고, 속이 메스꺼워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정도의 지독한 항암치료를 이겨내고 계신 것은 오직 하나 헤어진 가족을 만나고 싶은 소망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있도록 신청을 해 놓았지만 연락이 없다. 아마도 북에 있는 가족의 생사가 확인이 안 되어서라며 더 조바심을 내신다. 대장암 수술을 받기 전에는 중국을 통해서 알아보려고 중국교포를 만나 큰돈을 주었지만 가족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는 없었다.

살아생전 꼭 한 번 가슴에 사무친 가족들을 만나고 싶은 그 소망 하나 때문에 할아버지는 오늘도 산을 오르시며 건강을 지키고 계신다. 투병으로 힘겨워 하면서도 꼭 다시 일어서려는 외할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분단의 아픔 중 가장 큰 것은 이산가족들의 그리움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개성공단사업, 금강산광광, 비료지원, 쌀 지원, 이산가족상봉, 개성관광 등이 안정적으로 잘 추진되어 오고 있다가 금강산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하는 충격적인 사건 때문에 남북관계가 다시금 싸늘해지고 말았다. 제 작년인가 텔레비전에서 경의선 열차가 개통되어 기차가 개성까지 가는 감격적인 행사를 설레는 마음으로 외할아버지와 함께 보았었다.

그 이후 금강산도 육로로 가고, 개성도 마음대로 관광 할 수가 있게 되어 개성에 있는 선죽교, 관음사, 그 유명한 박연폭포를 볼 수 있게 되었는데 다시금 갈 수 없는 땅이 되어버렸다. 외할아버지의 건강이 조금 회복되면 꼭 가시려고 하셨는데 언제나 다시 북한관광이 재개될지 모를 일이라 더 조바심을 내신다.

이제 우리는 다시 화해하고 협력하면서 서로 왕래하며 마음을 다시금 열어 통일로 한 발짝 씩 다가서야한다. 오직 통일만이 장을 끊어내는 고통을 받고 있는 이 땅의 이산가족들에게 환한 웃음을 찾아 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만났어도 또 평생을 헤어져 살면서 그리워하는 아픔은 없어야 한다.

몇 십 년을 떨어져 살아왔으면서도 만나면 얼싸안고 서로를 쓰다듬어 주는 이산가족들의 상봉 장면을 생각한다. 가족과 헤어져 평생을 그리움과 눈물로 살아오신 우리 외할아버지나, 펑펑 눈물을 쏟아내는 이산가족들을 보면서 가족이란 절대로 헤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 속 깊이 느낀다. 피를 나눈 부모 형제를 반세기 넘게 만나지 못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쓰라린 상처인지 이산가족이신 우리 외할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알게 되었기 때문에 평생 낫지 않는 깊은 상처의 치료약은 오직 통일 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리고 또 하나 분단으로 남과 북은 쉼 없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똑 같은 피를 이어받은 한민족끼리 말이다. 북쪽은 남한을 치기 위해 세계의 미움을 받으면서까지 핵실험을 하고, 군대를 훈련시키며, 땅굴까지 파면서 전쟁을 준비하느라 주민들의 배를 골리고 있다. 또한 남쪽은 이들의 도발에 대비해서 휴전선을 비롯해 각 요충지마다 군대를 주둔시켜야하니 젊은이들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우고 있다. 한창 공부하여 자신들의 꿈을 펼칠 나이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 군대를 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군사 훈련을 위해, 국방을 튼튼히 하기 위해 전투비행기도 사고, 각종 무기들도 구입하고, 군인들의 월급이나 각 부대의 시설비용등에 세금을 쓰고 있다. 하지만 통일이 된다면 우주에서처럼 우리 한반도는 하나가 되어, 남과 북이 전쟁준비로 쓰고 있는 큰돈들이 우리사회에 소외받고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나누어져 모두가 배부르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말 통일이 된다면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의 자원과 풍부한 인력이 합쳐져 아시아는 물론 얼마든지 세계 강대국의 대열에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며 우기는 일본에게도 다시는 망발하지 말라고 혼도 내주고, 고구려 역사와 문화가 자기네 것이라며 우기는 중국에게도 대항하여 우리 역사 뿐 아니라 땅까지도 되찾아 올 수 있는 커다란 힘을 가진 강대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도 해본다.

한반도의 분단이 강대국들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면 통일만은 우리 한민족의 의지로 이루어 우리를 둘로 갈라놓은 나라들을 떨게 만들 행복한 날들도 오리라. 통일은 땅에서도 우주에서 본 한반도처럼 우리는 하나가 되어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서 이산의 슬픔도 전쟁의 두려움도 없이 그 어떤 나라도 침범하지 못하는 진정 평화롭고 강대한 나라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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