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D-5] 김정일 회담 준비 몰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달 2일부터 평양에서 개최되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준비에 몰두하면서 한편으로는 1주일여를 남겨놓은 상황에서도 군부대를 방문하는 등 공개시찰 행보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00년 6월 남북 분단 역사상 첫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은 5월 하순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이후엔 6월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나타날 때까지 공개활동에 대한 북한 언론보도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은 이달초 3차례 시찰에 나섰으나 그 이후엔 지난 22일 러시아 모이세예프 국립아카데미 민속무용단 공연을 관람할 때까지 18일동안 두문불출했다.

이 기간 그는 정상회담과 관련한 전반적인 문제들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국가 차원의 중대하고 장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에서 담당자와 전문가를 차출해 우리의 태스크포스격인 ‘상무조’를 구성, 정책 수립과 집행의 전 과정을 담당토록 하고 있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맞아서도 ‘정상회담 상무조’에서 의제와 의전 등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상무조는,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의 파트너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주축으로 내각과 외무성, 호위총국 관계자들로 구성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합의 사실이 발표되고 집중호우로 인해 대규모 수해가 발생한 지난달, 올 들어 가장 활발한 17회의 공개활동을 했다. 7월까지 매달 2∼7회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대폭 증가한 것이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 발표 직전에는 함경북도 산업시설을 집중 시찰했으며 폭우가 쏟아진 8월 중순에는 함경남도 지역을 돌았다.

이틀에 한번 꼴의 8월 시찰활동에 대해 북한 언론매체는 ‘삼복철 강행군’으로 규정하면서 주민들에게 “미래의 승리”에 대한 신념을 간직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달 들어서는 월초에 자강도 만포시와 성간.전천군을 방문하고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하는 등 3차례 공게활동 후에는 칩거하다 러시아 모이세예프 국립아카데미 민속무용단 공연을 관람하고 북한군 제757군부대 축산기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과 24일 각각 보도했다.

특히 월초 군인가족 예술단 공연 관람 때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3월 중순 부장에 기용된 후 최초로 수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로 미뤄, 김 위원장은 지난달 빈번한 지방 시찰 당시부터 보고를 받으면서 정상회담 준비를 직접 챙겨왔으며, 이달 들어 ‘칩거’ 기간에 정상회담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언제 어떻게 등장하고 몇 차례 회담을 가질 것인지 아직 동선이 베일에 가려있지만 회담을 준비하면서 나름대로 철저하게 시나리오를 짰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의 활동을 보면, 개최 합의가 공식 발표(4.10)된 후 4월에 3차례 공개활동을 했고, 5월 들어서는 중순경에 열대메기공장과 평안북도 지역을 2차례 둘러본 데 이어 29-31일엔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

그의 방중은 권력승계 이후 최초의 해외 방문국으로 중국을 선택해 북한-중국간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회복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 배경과 북한측의 준비상황 등을 설명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방문 후 6월에는 공개활동을 않다가 6월13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손을 맞잡는 역사적인 순간을 연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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